24일 오전 탈북자 주폭 김모(42)씨가 술에 취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직업소개소 창문에 매달려 집기류를 창문 밖으로 집어던지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9시 10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한 직업소개소는 이른 시각부터 난장판이 돼 있었다. 양주 1병을 마시고 만취한 김모(42)씨가 팩스기와 액자를 집어던져서 유리창을 부수는 등 30여분간 난동을 부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작년 4월에도 술에 취해 시비가 붙어 상대방을 폭행해 중상을 입혀 실형을 살고 지난 7월 출소하는 등 전과만 27범에 이른다. 그는 탈북자 출신이었다. 1996년 탈북해 한국에서 16년간 살았지만, 직업도, 가족도 없이 지내며 '사회적 외톨이'가 됐고 결국 주폭(酒暴)으로 전락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 받은 정착금을 술과 경마에 모두 날리고 노숙까지 했다"며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아보려 했지만, 직장도 없고 가족도 없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었다"고 말했다.

탈북자뿐만 아니라 국내에 일을 찾아 들어온 이주노동자 등이 고립된 환경 때문에 주폭이 되는 경우가 많다. 2007년 3369건에서 2011년 7830건으로 5년 새 배 이상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이 저지른 폭력 사건 중 절반 이상은 술을 먹고 저지른 경우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가족이나 친구 같은 유대관계가 없는 외국인이나 탈북자들이 제일 먼저 접하는 것이 우리의 술 문화"라며 "외로운 이들이 술을 먹고 스트레스를 격하게 풀면서 범죄에 빠져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주폭 사건이 끊이지 않아 자율방범대까지 만들어야 할 지경이다. 경기도 안산 원곡동은 인구 1만6823명 중 외국인은 65.5%에 달하고, 불법체류자까지 감안하면 10명 중 8명이 외국인인 곳이다.

관할 안산 단원경찰서에 접수된 외국인 범죄는 2011년 863건으로 하루 2.3건꼴이다. 결국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외국인들로 이뤄진 자율방범대를 만들어 주말마다 합동 순찰을 벌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서울 시내에서 외국인이 일으킨 폭행, 상해, 협박 등 폭력 범죄 중 술에 취해 벌어진 비율은 50.7%로 같은 기간 폭력범죄를 일으킨 한국인 중 술에 취한 비율(36%)에 비해 훨씬 높다. 또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2010년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1200명(남성 315명, 여성 88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알코올 중독 상태인 사람이 10.8%(130명)에 달했고, 남성의 경우 26%(82명), 여성은 5.4%(48명)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한국인 1만2489명을 대상으로 한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알코올 중독 상태로 나온 비율(4.4%)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 조금호 이사장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는 한 달 꼬박 일해 손에 쥔 100만원 중 90%를 고향에 보내고 남은 돈 10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술 마시는 것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는 일을 줄이려면 타국에 혼자 있으니 서럽고 힘든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어줄 다른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