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5.3% 늘어난 342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일자리 창출 예산을 늘려 잡는 대신 재정 흑자를 내는 목표 연도를 2013년에서 1년 늦추기로 했다. 내년 재정 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0.3% 수준인 4조8000억원으로, 균형재정 기조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의 공약 챙기기 경쟁으로 재정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위험이 있다. 내년 복지(福祉) 지출 규모는 모두 102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조원 가까이 늘어난다. 그런데도 여야는 총선 때부터 내놓은 복지 공약들을 충족시키는 데는 크게 부족하다고 불평이다. 지난 4월 총선 때 새누리당은 앞으로 5년간 75조원, 민주통합당은 165조원의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고 부실(不實) 공약 경쟁을 벌였고, 대선을 거치면서 또 얼마나 부풀릴지 짐작하기 어렵다. 여야는 당장 정부가 0~2세 무상 보육을 소득 하위 70%로 조정한 데 대해 거세게 반발하며 이를 원상 회복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자리 창출 예산을 올해보다 5조원 늘리는 것을 비롯해 예산 증가율을 2~3%포인트 더 높이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역시 예산 심의 과정에서 공약을 실현하겠다고 예산을 더 챙기려 할 게 분명하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전에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되 대통령 당선자가 사용처를 정할 수 있는 예산을 남겨둬야 한다는 말도 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형성한 예산을 자기네 호주머니 돈보다 더 멋대로 더 헤프게 사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예년에 비해 예산 심의 기간을 한 달이나 단축해 340조원이 넘는 예산안을 대선 이전인 11월 22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예산은 국민의 돈이다.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이나 그 부하들의 돈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지금 국민의 돈을 지켜야 할 사명을 저버리고 국민의 돈을 축내는 경쟁만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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