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업 구글에 출근하는 제 손에는 아이패드가 아니라 시집(詩集)이 들려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인문학과 기술을 융합할 새 시각이 무엇일지 평생 고민했죠. 같은 현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것이 시(詩)이고, 읽기입니다. 변화는 다른 관점을 가져야 창조할 수 있습니다."
20일 오후 4시 서울 광진구 세종대 학생회관은 300여명의 진지한 눈빛으로 가득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과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리더스 콘서트 하반기 강연 넷째 날, 구글코리아 미디어&모바일 팀장 김태원(32)씨가 강연자로 나섰다. '독서와 떠나는 차별화 여행'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그는 '스펙 전쟁'에 나선 대학생들에게 "관점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IT처럼 빨리 변하는 분야에서는 쌓아놓은 지식보다 지식을 쌓아가는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라디오가 세상에 나온 뒤 5000만명이 쓰기까지 38년이 걸렸습니다. TV는 13년, 인터넷은 4년, 아이폰은 3년 걸렸죠. 하지만 아이패드는? 80일 걸렸습니다. 이토록 무섭게 변하는 세상의 흐름을 간파하고 주도하기 위한 관점을, 저는 이것에서 얻습니다." 김씨의 말과 함께 파워포인트 화면에 차곡차곡 접힌 신문 뭉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씨는 "어젯밤 늦게 퇴근해서 찍은 사진"이라며 "매일 신문을 읽으며 형광펜으로 칠해 모아놓는다"고 말했다. "기사에는 관점이 담겨 있어요. 신문 하나를 읽으면 기사 수만큼의 여러 관점을 알게 되죠. 책을 읽을 때는 지저분해질 정도로 낙서해서 하나씩 정리해보세요. 일방적인 수용자에 그치지 않고, 조금씩 자신의 걸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취업을 앞둔 4학년생이 상당수 참가한 강연장은 '차별화' 주제에 이르자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김씨는 "차별화도 결국 관점이 좌우한다"며 여행을 예로 들었다. "유럽 배낭여행은 이제 누구나 갑니다. 하지만 테마를 넣으면 차별화되죠. 유럽 남자의 안경테 모양을 샅샅이 훑고 오겠다고 하면 남들과 다른 여행이 되니까요. 테마가 곧 관점이고, 이렇게 다양한 관점이 새 시각과 변화의 원천이 됩니다."
김씨는 "신문과 책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빚'을 져서, 남들에게 읽을거리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자"고 마무리했다. 다음 리더스 콘서트는 24일 오전 11시 연세대에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민규동 감독이 강연한다. 문의 (070)4623-0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