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더 리퍼' 일본 상륙… 뮤지컬 한류 여전히 뜨거웠다

입력 2012.09.18 03:08

아오야마서 1200석 매진… 개막 전 손익분기점 넘어

'독도 갈등'도 열도를 덮친 한류 뮤지컬의 거대한 파도를 막지 못했다.

지난 16일 오후 9시, 일본 도쿄 시부야의 아오야마 극장을 메운 1200명은 한류 뮤지컬 '잭 더 리퍼' 개막 공연이 끝나고서도 자리를 뜰 줄 몰랐다. "공연이 끝났으니 돌아가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도 기립 박수가 10여분간 이어졌다.

이날 공연은 전석 매진. 제일 비싼 표는 SS석 1만6000엔(한화 23만원), 제일 싼 A석이 우리나라 VIP석보다도 비싼 9500엔(13만7000원)이었다. 그래도 다 팔렸다. 한정 판매되는 입석(30석)도 동났다. 입석 표로는 2층 제일 뒷줄에서 2시간30분 동안 서서 봐야 한다. 그 표라도 구하려고 오후 5시부터 극장 앞에 줄이 늘어섰다. 제작사 엠뮤지컬아트(대표 김선미) 측이 밝힌 유료 점유율은 75%. 개막 전에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잭 더 리퍼'는 19세기 영국 런던의 엽기적인 살인 사건을 비극적인 순애보로 다시 만들었다. 2년 전 국내 초연 때부터 일본 진출을 노리고 안재욱 등 한류 스타를 기용해 일본 관객을 한국으로 끌어들였다. 방한 관람객이 4만명을 넘었다. 이번 일본 공연에는 원조 한류 스타 안재욱, 뮤지컬 스타 엄기준과 유준상,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성민과 FT아일랜드의 송승현 등이 번갈아 출연한다. 첫날 성민(주인공 다니엘)이 무대에 등장하자 어둠 속에서 수백 개의 오페라 글라스가 일제히 눈가로 올라갔다. 반응을 자제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일본 관객들은 커튼콜 내내 엉덩이를 들썩거리다가 성민이 나오자 끝내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 공연을 마친 성민은 "일본 인기에 저도 놀랐다"며 "뮤지컬로 받는 사랑은 살아있는 느낌이 남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살인마 잭으로 출연한 김법래씨는 "17년 전 서울예술단 소속으로 일본 공연을 왔을 때는 교민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일본 관객이 꽉 차다니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 아오야마 극장 앞에서 한류 뮤지컬‘잭 더 리퍼’개막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이 모여들고 있다. /엠뮤지컬아트 제공
한류 뮤지컬은 여러 문화상품 중에서도 급부상하는 분야라는 것이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분석이다. '잭 더 리퍼' 진출은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현지 시장 개척 모델이다. 작품을 일괄 판매하는 형식이 아니라 일본 측과 5대5 지분 투자 방식으로 들어가, 제작에서부터 수익 배분까지 공동으로 진행한다. 일본 파트너는 후지미디어홀딩스 산하 기획사인 쿠아라스.

또한, 원조국을 제치고 라이선스 작품을 수출해 국내 제작진의 창작 능력을 과시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해외 진출 모델이다. 원래 체코 소극장 뮤지컬이었으나, 엠뮤지컬 측이 대극장용으로 환골탈태시켰다. 지난해 국내 공연을 보고 체코 원작팀을 찾아간 일본 기획사는 "이건 우리가 봤던 그 작품이 아니다"라며 체코가 아닌 한국 측에 파트너십을 제의했다.

첫날 관객은 99%가 여성이었다. 공연을 보러 온 아내와 딸을 극장 밖에서 기다리던 다케우치(56)씨는 "정치는 정치고 문화는 문화"라며 "한류 뮤지컬 인기는 누를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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