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내 아들부터 작은 결혼식 약속… 한국, 바뀔 때 됐어요"

    입력 : 2012.09.17 03:01 | 수정 : 2012.09.26 19:21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1호 전성철 IGM세계경영硏 회장
    [6부-<1>결혼식 바꾸는 사람들]
    "모두 가난했던 우리 세대 단칸방 출발 당연했는데… 요즘엔 부모 돈으로 富 과시
    외국은 부유한 사람들도 가족·친구만 모여 식 올려"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펼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의 첫 번째 참가자인 IGM세계경영연구원 전성철 회장. 전 회장은 “아들이 작고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대기업 CEO들 앞에서 세계경제와 경영 기법을 강의하고 있지만, 젊어서 미국에서 한참 학교 다닐 땐 학비가 모자라 택시도 몰고 중국 요리도 나르고 야적장 수위도 했다. 자수성가한 전성철(63) IGM세계경영연구원 회장 얘기다. 그는 조선일보여성가족부가 펼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에 "나부터 참여하겠다"고 맨 먼저 손을 들었다.

    "저만 특별히 고생한 게 아니라 우리 세대는 다 그렇게 살았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풍요로워졌지만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국민 대다수가 가난을 견뎠지요. 있는 사람도 지금처럼 거창하게 식 올리지 않았고, 다들 단칸방에서 출발하는 걸 당연하게 알았습니다."

    전 회장은 "젊은이들이 과거 우리 세대가 살았던 것처럼 살 수는 없지만, 요즘 결혼식장에 가보면 '우리 사회가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결혼식이 집안의 위세를 과시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혼주가 적지 않다. 모든 신혼부부가 '남다른 예식을 올리고 싶다'고 하지만, 비용만 많이 들 뿐 개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결혼 철이면 하객들은 혼주와 눈도장 찍느라 금쪽같은 주말을 망치곤 한다. '남들처럼' 하느라 모두가 피곤해지는 악순환이다.

    "그 고리를 끊고자 저부터 큰 소리로 약속하기로 했습니다. 조선일보 독자 여러분, 제 아들 결혼시킬 때 '작은 결혼식'을 치르겠습니다. 가족과 절친한 친지 등 양가 혼주와 친분이 두터우면서 신랑·신부도 잘 아시는 분들만 모시고 조촐하게 식을 올리겠습니다. 식장에 모시지 못한 지인들에겐 '이러저러하게 결혼시켰으니 축복해달라'고 양해하는 편지를 보낼 생각입니다."

    그는 대구에서 13남매 중 아홉째로 태어났다. 서울대 재학 시절 국제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1977년 단돈 700달러를 들고 유학길에 올라 빵 공장 직원 등 18가지 아르바이트를 번갈아 하며 미네소타대학 로스쿨을 마쳤다. 이후 뉴욕 굴지 로펌에 들어가 입사 4년 만에 파트너(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는 1992년 한국에 돌아와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와 세종대 부총장을 거쳐 CEO 교육기관인 'IGM세계경영연구원'을 열었다. 아들 한석(31)씨는 아버지 일을 거들고 있다.

    전 회장은 "한국 결혼식은 결혼의 진정한 의미보다 물질적인 부(富)를 과시하는 데 치우쳐 있다"면서 "외국은 부유한 사람들도 직계가족과 절친한 친구만 모여 식을 올리는데, 우리도 이젠 그렇게 바뀔 때가 됐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 사회 특유의 집단 문화입니다. 불합리한 관행을 바꾸고 싶어도 다들 사돈이 싫어할까 봐, 남들이 '유별나다'고 흉볼까 봐 좀처럼 실천을 못 하지요. 저는 아들이 결혼할 여자를 데려오면 미래의 사돈을 뵙고 '작은 결혼식 하기로 약속한 사람'이라고 양해를 구할 겁니다." 전 회장은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에 많은 국민이 동참해 한국의 고비용 결혼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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