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이 전세 마련해준다기에 처음엔 농담하시는 줄 알았어요"

입력 2012.09.15 03:16 | 수정 2012.09.16 09:55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에게 들어보니
프랑스에선 - 대부분 신혼부부 월세로 시작, 두달치 월세면 보증금 해결
일본에선 - 작은 평수 아파트들 많아, 부모 도움받는 경우 거의 없어
스웨덴에선 - 18세 이상이면 대부분 독립, 월세·대출 통해 신혼집 마련

우리나라에선 신혼집 문제로 부모가 노후자금을 헐고, 자녀는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외국은 어떨까?

취재팀은 한국인 배우자를 만나 한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만나 "당신 나라에서는 어떻게 신혼집을 마련하느냐?"고 물어봤다. 프랑스·일본·스웨덴 등에서 온 이들은 모두 "한국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집을 구한다"고 했다. 한국처럼 많은 돈을 부모가 대주는 나라도 없고, 보통 사람들이 목돈으로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드물다는 것이다. 이들의 고향인 파리·도쿄·스톡홀름은 모두 서울 못지않게 집값이 비싸다.

프랑스인 나자트 시페르(여·28)씨는 "처음에 (한국인) 시부모님이 5000만원짜리 전세를 마련해준다고 했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고 했다. 시페르씨는 지난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시부모가 마련해준 전셋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입국 당시 시페르씨는 직업이 없었고, 학생이었던 남편은 모아둔 돈이 없었다. 하지만 시페르씨는 "프랑스였다면 작은 월세부터 시작했을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거의 모든 신혼부부가 월세로 시작해요. 이후에 자리를 잡으면 은행 대출을 받아서 집을 마련하고 나이 들어서까지 갚아가요. 저희 아버지도 얼마 전에 자기 집을 갖게 됐죠."

한국인 배우자를 맞이해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모여 한국의 결혼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요한 앤더(스웨덴·30)·박애란씨 부부, 나자트 시페르(프랑스·28)씨, 이시하라 유키코(일본·36)씨.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한국인 배우자를 맞이해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모여 한국의 결혼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요한 앤더(스웨덴·30)·박애란씨 부부, 나자트 시페르(프랑스·28)씨, 이시하라 유키코(일본·36)씨.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그는 "한국은 전세가 많아서 신혼부부에게 목돈이 필요한데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돈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면서 "프랑스에서는 두 달치 월세 정도만 보증금으로 미리 내면 되니까 부담이 적다"고 했다. 부모가 도와줘도 보증금 몇백만원 정도지 그렇게 큰돈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일본인 이시하라 유키코(36)씨도 시댁에서 5000만원을 도움받았다. 여기에 남편과 자신이 모은 돈 2000만원을 합쳐 전셋집을 얻었다. 이시하라씨는 "아들 낳아서 한국에서 결혼시킨다면 부담일 것 같다. 어떻게 시부모님이 해준 만큼 (나도 아들에게) 해줄 수 있나 싶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신혼부부들은 월세로 시작하거나 대출해서 집을 마련한다. 일단 독립을 한 경우 부모에게 집값을 도움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시하라씨는 "일본은 작은 평수의 아파트가 많고, 결혼할 때는 둘만 살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혼집을 작게 한다"며 "그에 비해 한국은 무리해서라도 큰 집을 마련하려고 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스웨덴 출신 요한 앤더(30)씨는 "스웨덴에서 결혼할 때 고민하는 것은 피로연에 먹을 음식과 음악에 관한 것뿐"이라고 했다. 그만큼 결혼식이나 예단·예물, 신혼집 마련 등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18세 이상 청소년은 부모로부터 독립해 월세로 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결혼 이후에도 각자 형편에 맞게 월세 또는 대출을 통해 신혼집을 마련한다. 앤더씨는 "스웨덴 사람들에게 내 집 마련은 큰 꿈이 아니며, 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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