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90년대 열풍] "민주화 이어 온 대중문화 르네상스 세대, 현재 사회 주역돼 '90년대' 소비"

입력 2012.09.14 03:08

전문가 10인의 진단… '그 시절 핫 아이콘' 선정

9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사회 전반의 재조명 현상. 원인이 무엇일까? 앞으로 더욱 주목받게 될 90년대의 대표적 콘텐츠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본지는 이와 관련해 전문가 10명을 설문조사했다.

왜 지금 90년대인가

90년대 당시의 시대적 특수성을 언급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90년대 민주화와 함께 찾아온 대중문화의 르네상스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정서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시대적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며 "당시 10~20대 시절을 보낸 현재의 30~40대가 사회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서 과거의 추억과 관련된 문화상품을 적극 소비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90년대의 청년들은 정치적 이념적 속박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문화를 앞세워 스스로의 정체성을 표현한 세대"라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이 향후 2~3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다. 뮤직팜 강태규 이사는 "90년대는 격변의 시기였던 만큼 이를 반영한 창의적 콘텐츠가 수없이 쏟아졌다"며 "앞으로 더욱 많은 90년대 콘텐츠가 새롭게 관심을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누가, 어떤 작품이 대표하나

'90년대를 대표하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묻는 질문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9명의 응답자가 선택했다. "사회적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아이돌 상품의 개념을 처음 확립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그 영향이 광대하다" "서태지는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며 문화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안겨줬다" 등의 평가를 받았다. 2위는 5명이 선택한 SBS 드라마 '모래시계'.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정면으로 다룬 사회성 짙은 작품이면서도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놀라웠다"는 의견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도 4명의 지지를 받았다. "1980년대 격동기를 지나 서서히 탈정치, 탈이데올로기화하던 한국 청년들의 정서와 정확히 일치했다"는 분석이다.

청춘스타 최수종·최진실을 탄생시켰던 '질투'가 "이 작품에서 제시된 트렌디 드라마의 공식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이유로, 서태지에 비견될 만한 음악성을 인정받았던 힙합 듀오 듀스는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된 본격 흑인음악으로 자아(自我)가 있는 댄스음악이라는 점이 돋보였다"는 해석 아래 3명의 선택을 받아 공동 4위에 올랐다.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와 SES는 2표를 받아 공동 6위. HOT는 "조직적 팬덤 문화 확산의 계기이자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 열풍의 시발점이 됐다", SES는 "요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걸그룹의 시초. 10대 소녀의 성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전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는 의견. "한국 대중음악의 장르적 다양성이 여기서 시작됐다"는 '서울 홍대 앞 인디밴드', "IMF 사태로 우울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도 각각 2표를 받았다.

☞설문에 참여하신 분들(가나다순)

강유정 영화평론가, 강태규 뮤직팜 이사,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 김인영 드라마 작가, 박은석 음악평론가, 송기철 음악평론가, 심재명 명필름 대표,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장기오 전(前) KBS 대PD, 황원미 SK 마케팅 앤 컴퍼니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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