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 사건에 검사가 이례적 무죄 구형…SNS '들썩'

입력 2012.09.13 16:44 | 수정 2012.09.13 17:21

박형규 목사. /조선일보DB
유신 시절 ‘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박형규(89) 목사의 재심에서 담당 검사가 무죄를 구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민청학련 사건은 1974년 국가를 전복시키고 공산정권 수립을 추진했다는 혐의로 사형 7명을 포함해 민청학련 관련자 180여명이 처벌된 사건이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역사인식 논란’에 휩싸이는 계기가 된 ‘인혁당 사건(1975년)’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민청학련을 조종했다는 혐의로 25명이 기소된 사건이다.

13일 법원 등에 따르면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김상환)는 대통령 긴급조치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박 목사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직전 담당검사인 임은정 검사는 최후변론에서 “이 땅을 뜨겁게 사랑해 권력의 채찍을 맞아가며 시대의 어둠을 헤치고 간 사람들이 있었다. 몸을 불살라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고 묵묵히 가시밭길을 걸어 새벽을 연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임 검사는 “그분들의 가슴에 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다”며 검찰로선 이례적으로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곧바로 “박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영화 ‘도가니’로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이 논란이 됐을 때도 주목을 받았다. 사건의 1심 공판검사였던 임 검사는 사법기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사건 당시 본인의 심경을 담아 쓴 일기를 공개했다. 이 일로 네티즌은 “어떻게든 장애아동 성폭행범을 처단해보려고 애쓴 임 검사가 대견하다”는 격려를 쏟아냈었다.

트위터 등 SNS에선 이례적으로 무죄를 구형한 임 검사가 화제가 됐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트위터에서 임 검사의 발언을 리트윗한 뒤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적었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교수는 “임은정 검사 무죄구형! 모처럼 감동이네요. 앞으로 검사는 재심사건에서 기계적으로 유죄 구형하는 악선례를 깨고 정의의 검사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무죄를 선고받은 박형규 목사는 민청학련 사건 당시 자금을 지원한 혐의 등으로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9개월간 복역했다. 박 목사는 2010년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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