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시대' 열려면 '아버지와 딸' 個人史 넘어서야

      입력 : 2012.09.13 23:31

      새누리당은 12일 하루 내내 박근혜 대선 후보의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 문제로 혼선을 빚었다. 홍일표 공동대변인이 이날 오후 4시 브리핑에서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에 대해 했던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하자 박 후보는 "(홍 대변인과)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상일 공동대변인은 이날 밤 9시 30분 "과거 국가 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보신 분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한다"는 박 후보와 조율된 입장을 다시 전했다. 당 대변인의 발표를 뒤집으면서까지 '사과'라는 표현을 뺀 까닭이 무엇인지 혼란만 더해졌다.

      박 후보는 자기에게 계속 박정희 시대를 묻는 데 대해 "미래는 내버려 두고 과거 얘기만 하느냐"고 했다. 2012년 대선에서 가려야 할 국가 대사(大事)가 50년 전 5·16과 40년 전 10월유신의 성격 규정밖에 없는 양 물고 늘어지는 야권(野圈)의 태도가 딱하고 답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사 논란이 잦아들 만할 때마다 일반 국민의 역사 인식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면서 다시 불씨를 살려 놓고 있는 것은 박 후보 자신이다.

      '박정희 시대 18년' 속에는 국민이 머리를 끄덕이는 빛나는 역사도 있고,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엇갈리면서 박 후보 주장처럼 역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대목도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어두움의 역사 또한 분명히 있다. 친구들과 귓속말도 마음 놓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민주주의가 질식 위기를 맞았던 유신 시대, 그리고 '사형선고 18시간 만에 8명 전원 사형 집행'으로 유신 시대의 성격을 상징하는 2차 인혁당 사건 등은 어두움의 역사에 속한다는 게 일반 국민의 공감대다.

      박 후보는 유신 시대에 대해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했던 말 속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고 했다. 박 후보의 유신에 대한 인식은 40년 전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 식탁에 마주 앉아 직접 들었던 '박정희식 유신관(維新觀)'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자연인 박근혜가 개인적으로 품고 있는 유신에 대한 생각은 쉽게 바꿀 수 없겠지만,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집권당 후보의 유신에 대한 공식 입장은 '아버지와 딸'이라는 개인사의 굴레를 뛰어넘어야 한다. 청와대 밖에서 공포와 두려움으로 유신 시대를 겪어냈던 국민이 유신 시대를 감싸고 도는 듯한 박 후보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야 한다.

      박 후보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한다. 박 후보가 내놓을 새 입장은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기억하는 박정희 시대가 아니라, 5000만 국민을 대표해 나라를 이끌겠다는 국가 지도자의 눈으로 다시 평가한 박정희 시대에 바탕을 둬야 한다. 그래야 박 후보에게 대한민국의 과거가 아닌 미래에 대한 입장을 밝힐 기회가 주어질 것이며, 국민도 박 후보에게 국정(國政)을 맡겨도 괜찮겠다는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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