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집값 비명 지르면서도… 명품백 예단은 챙기더라

조선일보
입력 2012.09.13 03:02 | 수정 2012.09.14 19:04

예비 신부·시어머니 고객에 불황에도 매출 꾸준히 늘어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샤넬 매장. 평일인데도 매장은 쇼핑객들로 붐볐다. "예단을 보러 왔다"고 하자, 직원이 "'클래식 백'은 이미 보고 계시는 고객님이 있으니 '시즌 백'을 먼저 보라"고 권했다.

'클래식 백'은 이 브랜드의 대표적인 가방으로 620만원에서 시작한다. 시즌 백은 계절마다 새로 나오는 디자인으로, 320만원에서 시작한다. 샤넬 매장 직원은 "부모님 세대는 샤넬이 좋다는 것은 알아도 세세한 개별 품목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면서 "예비 신부들 가운데 자기가 멜 가방은 클래식 백을 사고, 시어머니 드릴 가방은 좀 더 싼 시즌 백을 고르는 사람도 꽤 많다"고 했다.

12일 오전 서울에 있는 한 샤넬 매장. 평일 오전인데도 명품 가방을 사러 매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12일 오전 서울에 있는 한 샤넬 매장. 평일 오전인데도 명품 가방을 사러 매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신혼집값 때문에 힘들다고 비명 지르는 사람이 많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예단용 명품 가방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루이비통·구찌그룹·프라다 등 국내에 수입되는 10대 해외 명품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1조8517억원으로, 5년 전보다 평균 두 배 가까이 늘었다(190%). 백화점도 불황이라고 아우성치는데, 명품업체들 실적은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샤넬은 지난해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서 명품 매출 1순위를 차지했다.

6년 경력의 웨딩플래너 김모(32)씨는 "명품 예단, 호화 웨딩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와도 혼수 시장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결혼할 때 명품 가방을 받고 싶다는 시어머니와 예비 신부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김씨는 "명품 가방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불할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소득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방을 욕심내는 사람도 많다.

회원 수가 20만명이 넘는 한 웨딩 관련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보니 하루에도 수십건씩 명품 가방과 관련된 글이 떴다. "1억5000만원짜리 다세대주택에 신혼살림 차리지만 예물은 샤넬백으로 받고 싶어요. 돈 아까울까요?"(아이디 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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