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집값 대주고 고생한다는 부모, 솔직히 부러워… 돈이 없어 못도와준 나는 괴롭다는 말도 못해"

입력 2012.09.13 03:03 | 수정 2012.09.13 21:49

가난한 부모의 비애

취재팀이 만난 중산층·서민 혼주들은 대다수가 "노후 자금 헐어 자식 집값 대준 뒤 생활이 빠듯하고 불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더 괴로운 사람들은 정말로 형편이 어려워 아예 자식을 충분히 도와주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나는 집값 못 대준 죄(罪)로 '괴롭다'는 말도 못하고 산다" "자식 집값 대준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고 말한다.

주부 임양식(가명·56)씨는 올해 3월 결혼하겠다는 큰아들에게 "도저히 1000만원 이상 도와줄 수 없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 아들은 화를 벌컥 내며 자기 방에 들어갔다. 임씨는 "이후 아들이 나한테 말을 안 한다"고 했다.

임씨 가족은 보증금 35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사글세 반지하 집에 10년 넘게 살아왔다. 남편이 막일해서 월 100만원 벌어온다. 임씨가 가사(家事) 도우미로 일해 100만원을 보탠다. 200만원으로 부부와 장성한 두 아들이 월세 내고 밥해 먹고 교통비 쓰고 나면 저축할 돈이 남지 않는다.

"아들 떼어줄 재산은커녕 우리 살 전셋집도 하나 없어요. 큰애가 내후년쯤 결혼하겠다는데 1000만원도 제게는 사실 버거운 돈이었어요. 그 돈 모으느라 가사 도우미 하면서 짬짬이 남의 집 텃밭 가꾸는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어요. 작은아들도 결혼시켜야 하는데 막막하기만 하고…. 저는 집값 보태주느라 힘들었다는 부모가 부러워요."

지난 11일 본지에 두 아들 집값 대주느라 평생 번 돈 2억원을 탈탈 턴 대학 경비원 기사가 나갔다. 많은 독자가 전화와 이메일로 "그분이 장하고 안타깝지만 솔직히 나는 그 사람도 부럽다"고 말했다. "몸도 아프고 변변한 일자리도 없고 아예 집값을 대지 못한 나에 비하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독자도 있었다. 3년 전 남매를 결혼시킨 이은미(가명·52)씨도 "집값 보태주지 못한 나는 자식들 보기 미안해 어디 가서 '애들 결혼시켰다' 소리도 못하고 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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