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0일 남북적십자사 간 전화 통지문을 통해 정부의 대북 수해(水害) 지원 제의를 받아들이겠다면서 지원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고 했다. 정부가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관계자 회동(會同)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우리 측에 먼저 문서로 지원 품목과 수량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한다. 남측이 보내겠다는 품목을 보고 지원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또 "작년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거론한 '작년 일'은 정부가 북이 작년 8월 수해 피해를 입자 영유아용 영양식과 라면 등 50억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북이 쌀과 시멘트, 중장비 등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했던 일을 가리킨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 이후인 2010년 여름에도 신의주에서 수해가 발생하자 쌀 5000t과 컵라면 300만개를 지원했었다. 그러나 북이 시멘트 1만t 중 3000t을 이미 지원받은 상태에서 그해 11월 다시 연평도에서 포격을 퍼붓자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지원을 중단했었다. 우리가 도우려 해도 도울 수 없는 상황을 북한이 계속 만들어온 것이다.

북한의 태도는 아직도 남쪽의 도움을 마치 채권자(債權者)의 권리 행사처럼 그래야 마땅한 일로 착각하고 있다. 곤경을 당하면 먼저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그쪽이 요청하기 전에 이쪽이 인도적 차원에서 도울 뜻을 밝히면 고맙다면서 받아들이는 게 예의(禮儀)인 것은 나라 사이나 개인 사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북한 태도에선 이런 기본적 사려(思慮)를 찾기 어렵다.

북한은 올 7~8월 잇단 큰비와 태풍으로 큰 인명피해와 함께 농경지 유실과 가옥이 파괴되거나 물에 잠긴 피해도 상당하다고 한다. 식량 생산량도 평년보다 60만t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작년 6월 "이명박 정부와는 상종하지 않겠다"고 했던 북한이 수해 지원 제의에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 국민은 북한 수재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2006년과 2007년처럼 수해 지원 물자를 군사용으로 빼돌려 사용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남북이 얼굴을 맞대야 이런 의혹을 덜 구체적 지원 방법을 논의할 수 있고, 그래야 북에 대한 지원의 양(量)과 질(質)도 넉넉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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