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빚내서 제 전세금 8000만원을 대주셨어요. 우리 또래는 어차피 부모에게 집값을 기대지 않으면 결혼 못 해요. 아버지 노후는 별로 걱정 안 해요. 국민연금·퇴직연금이 있으니 아버지 빚은 아버지 스스로 갚을 수 있지 않을까요?"(정인욱·가명·30·자동차회사 영업사원)

자식 집값 대주는 부담을 부모 세대가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본지가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에 의뢰해 부모 세대가 지금처럼 자식 집값을 대줄 경우 장차 어떻게 될지 분석해봤다. 그 결과, 자식의 성별(性別)·숫자·결혼비용 지원 규모에 따라, 한국 50~60대 가구 중에서 최소 12만~최대 110만 가구가 추가로 은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50~60대는 이미 10집 중 4집이 은퇴 빈곤층이다(648만 가구 중 271만 가구). 자식 집값을 대주느라 몰락하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최대 10집 중 6집이 빈곤에 시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283만~381만 가구).

이처럼 은퇴 빈곤층이 늘어나는 것은 부모가 노후자금도 부족한 상황에서 과도한 금액을 대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진호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수석연구원이 2009~2011년 정부 통계와 현장조사를 토대로 계층별 평균 결혼비용을 계산해보니, 자녀 한 명을 결혼시킬 때마다 저소득층(전 재산 5500만원 미만)은 평균 4300만원, 중산층(5500만원 이상~3억원 미만)은 5900만원, 상류층(3억 이상)은 9600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항목이 '집값'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