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결혼한 중학교 교사 이영석(가명·35)씨는 장인 될 사람을 만나고 차에 돌아와 혼자 울었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32) 집에 찾아가서 신혼집 구할 계획을 말씀드린 날이었다.

"그때 저는 기간제 교사였어요. 집안이 어려워 학자금 대출로 대학원까지 마쳤어요. 군대 마치고 취업했지만 월급이 적어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도 아직 1000만원이나 남아있었어요. '이 여자다!' 싶은 사람을 만났지만, 결혼 비용 모을 때까지 기다리자면 우리 둘 다 마흔 돼서나 결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어요."

고민 끝에 여자친구(32)가 10년 가까이 학습지 교사로 일해서 모은 저축을 털기로 했다. 이씨의 부모가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1500만원을 내놓았다. 여기에 두 사람이 대출받은 돈까지 합쳐 간신히 1억원을 만들었다. 서울 시내까지 버스로 1시간 30분 걸리는 경기도에 조그만 전셋집을 얻기로 했다.

결혼해서 행복하다는 사람보다, 힘들다고 비명 지르는 사람이 많다. 젊은이들 일터가 집중된 수도권 집값이 그들이 벌어서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올해 중견 기업 대졸 정규직 신입 사원 평균 연봉은 3075만원. 매달 256만원씩 월급을 받아서 세금 32만원 떼면 222만원 남는다. 방값·밥값·교통비·통신비·옷값·경조사비 등으로 100만~130만원을 쓰면 90만~120만원이 남는다. 젊은 남녀 한 쌍이 둘 다 탄탄한 회사에 취직해 아프지도 않고, 거의 놀러도 안 가고 최소 7년 이상 개미처럼 저축하면 1억~1억2000만원이 생긴다. '취직 잘했다' 소릴 듣는 젊은이가 결혼 적령기를 넘기기 전에 자기 힘으로 모을 수 있는 한계치가 이 정도다.

그렇다면 이 돈으로 조그만 전셋집(83㎡·25평)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이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얼마나 될까? 취재팀이 SK텔레콤 '지오비전서비스'에 의뢰해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①이 돈으로 25평 전셋집을 구할 수 있고(배점 60%) ②집 근처에 지하철역이 두 개 이상 있고(배점 30%) ③생활 편의 시설이 충분한 동네(배점 10%)가 얼마나 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곳은 수도권 전체에서 3%에 불과했다(890개 행정동 중 27곳).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자식 집값이 부모의 노후자금을 헐게 만들고, 양가가 '거래'를 방불케 하는 혼수·예단 갈등을 빚는 연쇄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한국 결혼문화를 망치는 만병의 근원이 결국 집값"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