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친노 '노뼈'라던 양경숙, 양지만 찾아다녔다"

    입력 : 2012.09.08 03:12 | 수정 : 2012.09.08 11:16

    검찰 "뼛속까지 브로커"
    동안에 조곤조곤한 말투, 붙임성 있게 말 잘해 상대방 마음 사로잡아…

    민주통합당 공천 헌금 의혹 사건의 중심인물인 양경숙(51·구속·사진)씨는 인터넷 페이스북에서 자신을 '노뼈'라고 칭했다. 뼛속까지 친(親)노무현 인사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의 행적을 보면 '뼛속까지 브로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게 양씨를 수사하는 검찰의 반응이었다. 새누리당 공천 헌금 브로커였던 조기문(48·구속)씨가 여당의 혼탁한 정치 상황을 보여줬다면, 양씨 사건은 야당에도 '뒷거래'가 판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양씨는 대부분의 브로커가 그러하듯 뛰어난 화술의 소유자다.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대화 스타일로 순식간에 상대를 매료시킨다고 한다. 양씨와 친분이 있는 한 야권 인사는 "양씨는 단어 선택부터 조곤조곤 말하는 화법까지 상대를 살살 녹이는 재주를 가졌다"면서 "특히 노(老) 정치인의 마음을 잘 사로잡았다"고 했다. 이런 반응은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가 검찰청에 오면서 얼굴에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동안(童顔)인 데다 외모도 호감형이고 친밀감 있게 말을 잘한다"고 했다. 그런 때문인지 정치권에선 양씨를 둘러싼 '남녀 문제'가 가끔 회자됐다고 한다.

    양씨를 구청 산하기관장과 세무법인 대표 등 3명으로부터 40여억원을 받아내는 '거물 브로커'로 키워놓은 건 바로 야당의 실세들이었다. 양씨는 지난 2001년 한화갑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았다. 양씨는 이후 '친노'로 말을 바꿔 타지만 정치적 은인인 한 전 의원에 대해선 최근까지 교분을 이어갔다. 양씨는 최근 트위터에 "한화갑 대표의 상징성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어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사람은 한화갑입니다. 리틀 김대중이라고 국민이 부른 이유를 알아야 하지요"라고 썼다. 양씨는 한 전 의원이 지난 5월 17일 독일 뒤셀도르프 한인식당에서 교민들에게 연말 대선에 반드시 투표할 것을 독려하는 행사에도 동행했다. 양씨는 한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소개됐고, 그 자리에서 교민들에게 '한국 정치에 필요한 변화'를 역설했다. 당시 자신에게 공천 헌금을 준 기업인들로부터 '빚 독촉'을 받던 때였다.

    양씨는 권력 흐름을 간파하는 동물적인 정치 감각을 가졌다고 한다. 한 전 의원 보좌관에서 2002년 11월 '노무현 라디오' 개국 멤버로 '친노'가 된 그는 '양씨를 모르면 친노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왕성한 활동력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와 문성근, 명계남, 노혜경씨 등과 교류했다. 올해 초엔 고(故) 강금원 회장과 만난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면서 양씨는 과거에 대해선 뻥튀기 혹은 은폐가 대부분이었다. 양씨는 주변에 KBS DJ·PD, TBN 교통방송본부 제작국장, 북한 전문 다큐PD를 거쳐 정치권에 들어왔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해당 기관들은 하나같이 양씨의 '주장'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비판적 지식인이 많은 친노 그룹에서 브로커 하려니 경력·학력 등 포장할 게 참 많다"면서 "그래서 야당 브로커가 되긴 어렵지만 일단 뿌리 내리면 탄탄대로를 걷는다"고 했다.

    '라디오21’전 대표 양경숙씨는 체포되기 나흘 전인 8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과 그림을 남겼다. ‘ 모두 함께 죽자고?’라는 내용과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림 캐릭터가 그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하다. / 양경숙씨 페이스북
    양씨는 최근 들어선 친노 후보인 문재인씨를 비판하고 안철수씨를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미래 일감'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안철수의 생각'을 읽고, 내 선택과 생각이 참 옳구나를 느낀다. 안철수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변화시킬, 그것도 말로만이 아닌 진짜로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이 시대 새 리더십!!"이라는 글로 안씨를 치켜세웠던 것이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양씨는 지난 10여년간 양지(陽地)만 골라 다녔다"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이 정치인 저 정치인을 기웃댔던 인물"이라고 했다.

    그런 양씨는 결국 돈 때문에 꼬리가 잡혔다. 공천을 미끼로 '한몫' 잡는 듯했으나 공천이 불발되면서 일이 틀어졌다. 양씨에게 돈을 줬던 인사들이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면담을 요구하는 등 크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는 공천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와 문성근 라인을 이용하려 했다"면서 "돈을 받은 세 명 중 한 명이라도 공천을 받았다면 이번 사건이 불거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양씨가 총선 이후 박 원내대표와 문씨를 강력하게 비난한 배경엔 자신의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박 원내대표와는 1년간 7000여통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자신의 '본업'을 펑크 내자 원수 관계로 돌변한 것이다.

    사건이 불거지자 민주통합당 측은 양씨와 거리 두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양씨 1인극'이라는 주장. 평소 양씨와 가까웠던 친노 인사들도 "처음부터 위험했던 인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양씨가 활개치도록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된 야당은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에게 돈 준 사람 중엔 부산의 건설 시행업자가 있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양씨 하나만 보고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보내주겠느냐"고 했다.

    검찰과 민주통합당은 이번 수사를 놓고 날 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 공천 헌금 사건은 부산지검이 맡았는데 민주통합당 사건은 왜 검찰 최정예 부서인 중수부가 수사하느냐면서 대선을 앞두고 야당을 흠집 내려는 표적수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새누리당 사건은 부산에서 벌어졌고 관련자가 모두 그곳에 있어 부산지검이 수사했던 것이고, 이번 사건은 서울에서 벌어졌고 관련자도 모두 여기에 있을 뿐 아니라 등장인물이나 금액도 부산 사건보다 훨씬 크다"면서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 결과를 최대한 빨리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조만간 2단계 계좌 추적이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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