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술 단속을 하니 살인·강간 등 강력 범죄가 확 줄고 112 신고 건수까지 줄어들었다. 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주폭(酒暴)과 전쟁'을 시작한 지난 5월 10일부터 석 달간 서울 지역에서 주폭 300명을 검거하는 동안 살인 사건 발생 건수는 5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2%(24건) 감소했다. 강도 사건도 총 156건이 발생해 전년보다 36.6%(90건) 줄었고, 강간·추행은 5.9%(96건), 폭력은 3.1%(626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너그럽게 다뤘던 주취 범죄자들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했더니 다른 강력 범죄에까지 억제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주폭 척결 효과'로 인해 강력 범죄와 더불어 경찰에 접수되는 112 신고 건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5월 10일부터 석 달간 술 취한 사람이 행패나 소란을 부려서 접수된 112 신고는 총 11만654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3만9011건)보다 2만2463건(16.2%) 감소했다. 또 주폭들이 주로 저지르는 범죄 중 공갈은 51.7%(31건), 협박은 36.7%(160건), 재물손괴는 24.1%(1760건) 줄어들었다. 폭력 신고와 가정 폭력 신고도 각각 5.4% 줄었다. 배용주 서울청 형사과장은 "상습 범죄자인 주폭들을 구속하면서 재범이 차단되고, 킹핀효과(볼링에서 킹핀이 넘어지면 다른 핀도 같이 넘어지듯이 한 명의 범죄자를 엄정히 처벌해 다른 범죄자를 압박하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시민도 범죄를 줄이기 위한 엄격한 법 집행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청이 지난달 서울 시민 12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주폭 척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응답자의 53.4%가 '강력한 처벌'을 꼽았다. 이어 응답자의 15.4%는 '순찰 강화', 8.7%는 '법규 제·개정'이라고 답했다.
경찰대 경찰행정학과 이웅혁 교수는 "엄격한 법 집행만으로도 범죄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누구도 무질서를 통제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만연한 사회는 결국 잠재적 범죄자를 초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