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이 내 딸 죽는 걸 봤으니 이젠 내가 그가 죽는 걸 볼 차례다." 미국 뉴욕에 사는 올해 쉰 살의 티나 컬이라는 여성은 요즘 딸을 죽인 살인범이 20여년 만인 다음 달 20일~11월 3일에 사형 집행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사형 집행장에 다녀올 경비를 모으고 있다. 그녀의 아홉 살 난 딸은 사우스다코타주(州)에 살던 1990년 동네 편의점에 사탕을 사러 나갔다가 다음 날 숲 속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곧 붙잡혔고 사형선고를 받았다.

▶티나 컬은 사건 뒤 뉴욕으로 이사 가 한 달 721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어렵게 살고 있다. 사형 집행이 이뤄지는 사우스다코타에 다녀오려면 3000달러(약 340만원)가 필요하다. 그녀는 “지금까지 범인의 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장면을 형장의 맨 앞줄에서 보는 게 소원이었다. 그건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딸을 위한 일이다”고 했다.

▶지난 7월 경남 통영에서 열 살 딸을 납치 살해당한 아버지는 “그 어린 것의 억울함을 달래주려면 아빠인 내가 복수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면 국가가 대신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먹였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곡동에서 두 자녀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미리 침입해 숨어 있던 범인에게 살해된 주부의 남편도 분노를 감추지 않는다. “범인을 사형한다고 가슴의 응어리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래야 아내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 범인이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12월 30일 23명을 사형 집행한 뒤 지금까지 사형 집행을 유보하고 있다. 현재 사형수는 60명이다. 이들이 살해한 사람은 207명, 사형수 한 명당 3.5명꼴이다. 20명을 죽인 유영철, 15명을 죽인 원언식, 10명을 살해한 강호순 등이 있다. 법무부는 사형수 60명을 먹이고 관리하는 데 한 사람당 연간 2200만원씩 총 13억2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한다.

▶원래 사형제는 국가가 피해자 가족을 대신해 살인범을 사형해 공적(公的)으로 보복하는 제도다. 그게 정의(正義)에 맞고, 피해자 가족의 사적(私的) 복수를 막아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길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인권 의식이 높아지면서 살인범이라도 생명을 박탈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게 됐다. 법원이 오판(誤判)할 수도 있고, 사형제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요즘 흉악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형 집행 논란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만약 국민투표로 사형 집행 여부를 결정한다면 어떤 결론이 나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