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잘못으로 인생 끝날 수 있구나… 법으로 느끼게 해줘야 성범죄 줄어"

조선일보
  • 이혜운 기자
    입력 2012.09.04 03:03 | 수정 2012.09.05 07:29

    [범죄 억지력다시 높이자]
    美 아동성범죄 분야 베테랑 박향헌 검사의 조언
    "강력한 처벌, 꾸준한 감시, 영구 격리가 성범죄 해법"

    성범죄는 한 번 저지르면 계속
    - 美 "재범 위험성 크다" 판단되면 종신형 가까운 격리 조치
    성범죄 곁엔 술·음란물
    - 음주범행, 감형 절대 안 돼… 성범죄자 100%가 PC에 음란물
    물리적 거세, 완벽한 해법 아니다
    - 변태적 범죄 또 낳아… 형량 높여 '한번 더 하면 끝' 알게해야

    아동 성폭행, 묻지 마 살인 등 강력 범죄가 빈발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범죄 억지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흉악범에 대한 관대한 판결, 15년째 집행되지 않고 있는 유명무실한 사형 제도, 밤거리를 범죄 해방구로 만드는 느슨한 치안, 주폭(酒暴)을 양산하는 술 문화, 야수의 충동을 끝없이 자극하는 사이버 세계의 불법 포르노…. 이런 현실이 범죄 억지력을 약화시켜 한국을 공포 사회로 몰아넣고 있다고 국민은 비판하고 있다.

    "성범죄를 막기 위한 '비법'은 없습니다. 강력한 처벌과 꾸준한 감시만 있을 뿐입니다."

    박향헌(49·미국명 앤 박) 미국 LA 지방검찰청 검사는 19년 검사 재직 중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성범죄 관련 사건을 맡은 성범죄 분야 '베테랑 검사'다. 박 검사는 17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한 1.5세대로 UC 버클리에서 심리학과 여성학을 전공한 후 로스쿨을 거쳤다.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행사 참석차 방한한 그를 1일 오전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LA 지방검찰청 박향헌 검사는 아동·청소년 성범죄 분야 ‘베테랑’이다. 박 검사는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과 꾸준한 감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미국에서는 성범죄자들을 어떻게 처벌하고 관리하나?

    "1990년대부터 대부분의 주에서 '성폭력 흉악범 재범 방지법'이 시행 중이다. 재범 위험이 큰 '짐승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주민들이 보호 관찰을 통해 '종신형'에 가까운 격리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다. 절차는 먼저 형량이 끝난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면담 등을 통해 심리 분석을 한다.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검사는 그를 대상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 그러면 이 성범죄자는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을 준비하고, 이 마을 주민들은 배심원단을 꾸려 그의 재범 가능성을 재판하게 된다."

    ―피의자 인권 논란은 없었나?

    "미국에서도 1980년대까지는 성범죄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하지만 충격적인 성범죄 사건들이 역사를 바꿔놓았다. 10대 소녀 두 명을 납치, 성폭행해 10년형을 살았던 얼 슈라이너가 1987년 또다시 7세 소년을 성추행한 뒤 성기를 절단하고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사법체제에 대한 맹비난 여론이 일었다."

    ―미국에서 성범죄자들에게 4060년 징역형 선고같이 가혹한 처벌을 내리는 경우는 어떤 요소들이 반영된 것인가? '술을 마시고 실수로 그랬다'고 하면 감형될 수도 있나?

    "성범죄자가 '술을 마시고 그랬다'는 부분은 감형 요소가 절대 되지 못한다. 음주 후 행동 자체를 실수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성범죄자의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초범이 아닐 때 △상해를 입혔을 때 △신고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했을 때 △도망가지 못하게 감금했을 때 등이다. 음란물을 소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 부분 역시 형이 가중되는 데 반영된다. 내가 맡은 사건 중 한 중년 남성에게 종신형 두 번과 65년형을 내린 적이 있었다. 이미 성범죄 전과 두 번으로 20년형을 살고 나온 사람이 또 13세짜리 여자애를 강간해 임신시킨 사건이었다. 당시 성범죄가 세 번이었기 때문에 '삼진 아웃법'이 적용됐고, 추가 피해자들이 나왔으며 상해, 주택 침입 등이 더해져 선고됐다. 살인하지 않으면 사형 선고가 안 되기 때문에 사형에 준하는 가장 강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다."

    ―10년 넘게 성범죄를 담당해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검사 시절 초기 사건이다. 한 15세 여자아이가 가출한 후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또래 남자애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여자아이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당시 경찰은 '네가 성폭행당했다고 하면 누가 믿나? 그냥 집에 가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도 신고를 했으니 이 여자아이 몸에 있던 가해자들의 DNA는 채취했다. 이렇게 당시엔 미국 경찰들도 성범죄에 안일했다. 그런데 2001년쯤 DNA 정리를 하면서 보니 당시 DNA를 채취했던 가해자가 강간범으로 8년형을 살고 있었다. 만약 10년 전 15세 아이가 신고했을 때 감옥에 넣었으면 또 다른 성범죄를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더욱이 이 남자 범인은 10년 전 사건이 처리가 안 돼 초범으로 인정됐다. 이 남자의 형량을 늘리기 위해 당시 신고했던 여자아이에게 법정 추가 진술을 부탁했는데, 10년 전 사건을 범인의 헤어스타일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하고 있더라. 이렇게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은 오래간다."

    ―이번 나주 사건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다.

    "성인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해보자. 약도 타야 하고, 기절도 시켜야 하고, 웬만한 힘과 준비 없이는 하기 어렵다. 그러니깐 쉽게 충동적으로 범행 대상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아동'을 상대로 많이 저지른다. 성적 욕구를 해소는 하고 싶은데, 그런 상대가 없어 무기력하고 힘없는 여자, 어린 여자아이를 찾는 것이다. 한 번은 70세가 넘은 할아버지가 손녀딸을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신고는 그 아이의 엄마, 즉 할아버지의 딸이 했다. 알고 봤더니 이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는 딸들을, 나이 들어서는 손녀딸들을 꾸준히 성폭행해 왔다. 이 아이의 엄마와 이모들은 자기가 당하는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자기 딸이 당하는 것은 못 참은 것이다. 이렇게 범인 한 명이 잡히면 숨겨진 피해자는 여러 명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물리적 거세'에 대한 논의도 나온다.

    "물리적 거세는 현대사회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그 부분을 없앤다고 해서 성적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태적인 성범죄자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성범죄자들의 형량을 높여야 한다. '한 번의 실수로 내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는 걸 알면 초범자들이 줄어든다. 성범죄는 한번 한 사람들이 계속 한다. 재범자는 사법제도 내에서 꾸준히 감시하면서 격리해야 한다. 그들은 이성으로는 제어가 안 되는 사람들이다. 아동에게는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옛말에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마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아동 성범죄는 아는 사람이 범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란물 단속도 철저히 해야 한다. 범인들을 잡아 보면 대부분 컴퓨터에서 음란물이 나온다. 혼자 방 안에서 야한 비디오를 보다가 현실에서 무기력한 여자들을 대상으로 성적 충동을 해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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