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를 사이에 두고 한국과 마주 보는 일본 후쿠이(福井)현 쓰루가(敦賀)시. 지난달 30일 쓰루가 철도역에서 자동차로 30분쯤 달려가자 해안가에 대형 돔 건물처럼 생긴 고속증식로 원자로 '몬주'가 나타났다.
이 지역엔 미하마·쓰루가·오이원전이 몰려 있다. 3·11 대지진 직후 몬주에서 사고가 나면 한국에도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라는 '몬주 괴담'이 떠돌기도 했다. 몬주는 연이은 사고 때문에 20년 가까이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지만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발전기가 굉음을 내고 굴뚝에서도 연기가 났다. 현장 직원은 "비상발전기를 시험 가동하는 것"이라며 "언제든 가동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몬주의 시설들은 새것처럼 관리가 잘 돼 있었다. 신분 확인을 두 번이나 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고 부지 내에선 사진 촬영도 금지됐다. 원전소장은 기자단에 원자로 건물 외곽에 붙어 있는 발전설비만을 공개했다. 원자로 건물과 원료 보관실 등 대부분 시설은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몬주의 직원은 600명이 넘는다. 인근 연구시설에서도 관련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몬주 유지비가 연간 180억엔(약 2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몬주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곤도 사토루(近藤悟)몬주 소장은 "자원 없는 일본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설로, 후손을 위한 것"이라면서 "100년 후 우라늄이 고갈되면 몬주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증식로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산화물(MOX)을 원료로 하는 원자로로, 투입량보다 많은 플루토늄을 회수할 수 있다. 한 번 사용한 플루토늄은 무한정 다시 이용할 수 있어 우라늄 고갈에 대비한 원자로로 알려져 있다.
몬주의 또 다른 특징은 냉각재로 물이 아닌 나트륨을 쓴다는 점이다. 곤도 소장은 "후쿠시마 원전처럼 사고로 전기 공급이 중단돼도 나트륨은 공기로 냉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 면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트륨은 물과 접촉하면 폭발하는 등 위험성이 훨씬 크다. 몬주가 가동 중단된 이유도 1995년 나트륨 폭발사고로 인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몬주가 상업화될 가능성도 회의적이다. 고속증식로 연구 및 건설비로 이미 2조8000억엔(약 40조원)이 투입됐고 상용화를 위해 10년간 약 3000억엔(약 4조3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상용화 목표 시기는 2050년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은 이미 고속증식로 개발을 포기했고, 프랑스도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러시아·인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나라가 개발 중단 상태이다.
한양대 김경민 교수는 "인도 등이 고속증식로를 개발하는 것은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확보에도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50년 이상 고속증식로에 집착해온 것도 플루토늄 확보 목적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일본은 1971년에 실험용 고속증식로 '조요(常陽)'를 착공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기술로 몬주를 만들었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 원전 폐쇄론이 확산되면서 몬주도 폐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경민 교수는 그러나 "몬주를 폐쇄할 경우, 일본이 확보한 30t이 넘는 플루토늄도 폐기해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일본이 몬주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플루토늄을 활용해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속증식로 몬주
소비된 핵연료 이상으로 새로운 핵분열성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원자로. 원전폐기물을 다시 원자로 원료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꿈의 원자로'로도 불린다. 핵무기 전용이 가능한 고순도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어 군사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몬주(もんじゅ)'는 대승불교에서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