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한국이었다.
29일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시센터 신관에서 개막한 '2012 베이징국제도서전'. 75개국 2010개 출판사의 작품이 전시된 가운데 전 세계에서 온 수백명의 출판인과 저작권 중개인의 발길은 주빈국인 한국관에 몰렸다. 도서전은 올해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했다. 1000㎡ 규모의 '주빈국관'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팔만대장경판이 전시됐고, 1068㎡ 규모로 마련된 별도의 '한국관'에는 예림당, 한솔교육, 문학동네, 민음사 등 주요 출판사와 저작권 에이전시 72곳이 부스를 마련했다. 중국 일반 관람객들은 부스마다 전시된 책들을 하나하나 열어보며 "지금 바로 살 수 있느냐" "중국어판도 나왔느냐" 등 질문을 쏟아냈다. 예림당 부스에서 학습만화 시리즈 'Why?'를 유심히 넘기던 중국 여성 천제(37)씨는 "한국의 어린이 책들은 콘텐츠가 다양한 데다 그림도 예뻐서 아이들이 좋아한다"며 "쉽게 정보를 주면서 상상력을 키워주는 과학 백과 시리즈가 특히 인기가 좋다"고 했다.
◇떠오르는 출판대국 중국
침체 일변도인 전 세계 출판 시장 상황과 달리 중국은 여전히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출판된 도서는 37만종. 2010년과 비교해 4만1000종, 12.5%가 증가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출판 총량도 세계 1위. 허야오민 중국인민대학출판사 사장은 "중국 출판 시장은 고속 성장했지만 기반이 약하고, 독서인구 구매력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보급률은 낮아서 1인당 도서 보유량이 5.3권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매우 넓은 시장이 남아있는 셈"이라고 했다. 올해 19회를 맞은 베이징국제도서전이 세계 4대 도서전이자 아시아 최대 도서전으로 급성장한 것도 중국 출판 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중요성을 보여준다.
◇중국, 한국 책 최대 수출 시장
중국은 2009~2011년 한국 책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었다. 한국출판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수출한 출판 저작권(5158건) 중 중국이 49.2%를 차지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 도서에 대한 번역 수요가 가장 많은 나라가 중국이고, 5년 전과 비교해 국내 번역서 종수가 상대적으로 급증하는 유일한 나라도 중국"이라고 했다.
베이징도서전 현장에서 '출판 한류'의 주류는 어린이 책과 실용서. 출판관계자들과 관람객들은 재테크나 어학, 미용이나 건강·육아를 다룬 한국 책에 관심을 보였다. 예림당이 미국의 대표적 출판사 맥그로힐과 손잡고 펴낸 'Why?' 시리즈 영문판도 현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예림당은'Why?'를 프랑스·중국·러시아·일본 등 11개 언어로 38개국에 수출한 데 이어 맥그로힐과 수출 계약을 맺고 영문판을 펴냈다.
바이빙(白�H) 지에리출판사 편집장은 "특히 한국의 아동도서 중 역사탐험 만화 시리즈, 백과 도서, 지능 잠재력 계발 도서 등이 3년 연속 중국 내 한국 도서 순위 50위 중 80% 이상을 차지했다"고 했다. 신옥희 넥서스 상무는 "중국 역시 집값이 뛰고 가계 빚이 늘면서 노후가 불안한 독자들이 우리의 재테크 책을 읽고, 소황제라 불리는 자녀의 육아와 교육에 정성을 쏟으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책은 일본 책보다 저작권료가 싼 데다 트렌드에 맞고 디자인과 콘텐츠가 좋아 경쟁력이 있다는 것.
◇분야 넓히고 문학 수출 지원해야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아동·실용서에 쏠린 '분야 편중'이 문제. 문학은 2005년 240건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최근 3년간 저작권 수출 건수가 오히려 이전보다 줄었다. 번역도 문제다. 전시장에서 만난 국내 출판사 관계자는 "주로 중국 동포(조선족)들이 번역하고 있는데 중국 출판사로 부터'뭔 말인지 모르겠다'며 퇴짜 맞은 적이 있다"고 했다.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실용서 번역과 달리 문학작품은 최고 실력의 번역자가 필요한 영역이지만 아직은 부족한 상태"라며 "중국 출판 시장을 겨냥한 장기 전략과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