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정(서울 예일여고 3년)양은 요즘 대입 수시 원서 접수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와 동시에 면접에 대한 걱정도 부쩍 늘었다. 특히 그가 지원하려는 입학사정관 전형의 경우, 심층면접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므로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최양은 "기본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내용을 물어본다는데 실제로 어떤 질문이 나올지 궁금하다"며 "'면접 보던 도중 울음을 터뜨렸다'는 선배 얘길 들은 적도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에 따라 대학별고사 준비 기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곳이 많아 수시 지원하는 고 3들은 면접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성공적 면접 전략으로 대학 합격에 성공한 선배들에게서 '날 돋보이게 하는 면접 준비 전략'을 들었다.
답변에 대학 인재상 녹여내면 좋은 인상 남겨
면접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전략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튀는' 말이나 행동에서 나오지 않는다. 지원 대학이나 학과에 대한 관심 정도를 잘 표현하고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임선영(숙명여대 문화관광학과 1년)씨는 예상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아주 구체적으로 구상했다. 특히 학과 지원 동기와 연결되는 질문인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신경 써서 준비했다. "'졸업 후 한국관광공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두루뭉술하게 답하는 게 아니라 근무하고 싶은 부서와 업무를 자세히 말했어요. 그 답변을 하려고 한국관광공사 조직도를 다 외웠죠. 답변을 끝내고 나니 무뚝뚝하던 면접관들이 미소 짓기 시작했어요."
임씨는 면접 말미에 으레 나오는 질문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에 대한 답변도 미리 준비했다."영화 '타짜'(2006)에 나온 대사 중 '나 이대 나온 여자야'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어요. 전 그 말을 응용해 마지막 말을 만들었죠. '나 숙대 나온 여자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는 식으로요."
문보현(성균관대 경제학과 2년)씨는 대입 지원 당시 접수 시간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원서를 넣었다. '1번' 수험번호를 받기 위한 전략이었다. "면접장에서도 제가 먼저 그 얘길 꺼냈어요. '보통 원서를 넣을 때 경쟁률을 보며 눈치 작전을 벌이곤 하지만 난 이 대학(학과)에 꼭 오고 싶어 가장 먼저 지원했다'고요. 수험번호 1번이 되면 좋은 점은 또 있어요. 면접관이 오랜 면접으로 지치거나 특정 선입견을 갖기 전 처음으로 들어가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거든요."
문씨는 지원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 인재상 등을 충분히 숙지한 후 면접 시 답변에 그 결과를 담아내려고도 노력했다. 이를테면 리더 경험에 대해 답변할 때, 그는 고교 학생회장으로 활동할 당시 이전 학생회 시스템과 현재 시스템 간 충돌을 조율했던 경험담을 녹여냈다. 답변 과정에서 '옛 것과 새 것의 조화'를 설명하며 '전통과 첨단의 조화'란 성균관대의 가치를 연결 지어 언급하자, 면접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 경험상 거의 모든 대학이 '전형 특색'에 맞는 질문을 했어요. 제가 지원한 리더십 전형에선 △(현존 인물 중)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리더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 등에 관한 질문이 나왔죠. 학과뿐 아니라 자신이 지원한 전형 관련 예상 질문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이예랑(서울시립대 영어영문학과 1년)씨는 UOS포텐셜 전형으로 합격했다.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을 평가하는 전형인 만큼 그는 면접 당시 그 점을 잘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학과 개설 과목, 교환학생 등의 재학생 지원 프로그램, 동아리 등을 면밀하게 공부했어요. 대학 4년간의 학습·생활 계획을 학년별로 구분해 세웠죠. 면접 땐 '비록 지금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이 대학에서 4년간 공부하며 서울시립대형 인재가 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튀는' 행동 하려면 면접관 설득할 이유 갖춰야
"모범적 학교 생활을 바탕으로 2012학년도엔 자랑스러운 숙명인이 되고자 3년간 준비해 온 안석영입니다." 안석영(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1년)씨는 면접 당시 첫인사에서부터 좌중을 휘어잡았다. 학교 인재상에 맞춰 미리 준비한 인사말 덕분이었다. 그의 인사를 들은 면접관들은 눈빛부터 달라졌다. 면접장에서 나오는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대개 면접관이 누군지 잘 몰라요. 면접관 중엔 반드시 지원 학과 교수가 포함되거든요. 전 학과 홈페이지에서 교수 이름과 전공 분야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외웠어요. 면접장을 나올 땐 '○○○ 교수님, 내년엔 이 아름다운 교정에서 교수님과 함께 식품영양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라고 인사했죠. 면접장에서 만난 수험생이 자기 이름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문수정(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2년)씨도 학교 인재상에 주목했다. 면접관 눈에 들려면 '내가 얼마나 이 학교에 어울리는 인재인가'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 "예컨대 인재상 중 '협력'이란 말이 있다면 '고교 시절의 난 공동체 활동을 하며 구성원들과 잘 협력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식으로 답변에 학교 인재상을 녹여냈어요. 사실 면접에서 '우리 학교의 인재상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은 잘 나오지 않아요. 자신이 면접 보는 대학에 꾸준히 관심 갖고 노력해 왔다는 걸 답변 안에서 드러내야 합니다."
허서원(건국대 정치학부 1년)씨는 지원 당시 1박 2일 면접을 치렀다. '개별-토론-심층면접' 등 3단계로 이뤄지는 까다로운 형태인 만큼 모의면접 등을 통해 철저히 준비했다.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해 △긴장하면 말이 빨라지는 것 △두괄식으로 답하지 못하는 것 △손짓 등을 너무 많이 사용해 산만해 보이는 것 등의 단점을 고쳤다. "면접 기간 중 '면접관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어요. 학교 측은 '점수화되지 않는 시간'이라고 했지만 전 그 역시 '비공식 면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면접관도 사람인 이상 그 시간을 통해 지원자에 대한 특정 이미지를 가질 테니까요. 면접관으로 참여한 교수님께 정치학부 내 3개 학과의 장단점 등을 여쭤보며 관심을 피력했죠."
'튀어야 산다'는 말만 믿고 과도한 행동을 하는 건 불합격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실제로 수험생 사이엔 "철도 관련 학과 지원자가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면접장에 들어갔다가 쫓겨났다더라"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답변 내용이나 태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행동이나 복장만 특이한 경우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모 대학 의과대학에 지원했던 A 학생의 경우가 대표적. 그는 당시 의사 가운을 맞춰 자기 이름까지 새겨 넣은 후 면접장에 입고 가는 '정성'을 보였지만 결국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
허서원씨는 "튀는 행동을 할 거라면 그 이유를 면접관에게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합격생 중 교복 안에 슈퍼맨 옷을 입고 온 친구가 있었대요. 면접 막바지에 그 옷을 보여주면서 '중앙대는 펜타곤형 인재를 추구한다고 들었는데 (슈퍼맨 옷에 그려진) 이 마크야말로 펜타곤형 인재의 상징이라고 생각해 이 옷을 입고 왔다'는 식으로 말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어요. 이처럼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댈 수 있다면 모를까, 그저 튀기만 하는 행동으론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