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방해요소 차단, 한계 성장치 늘려야

입력 2012.08.29 03:09

심계식 강동경희대병원 교수의'우리 아이 키 크는 비법'

TV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은 하나같이 8등신 미남·미녀다. 어린이가 즐겨 보는 만화 캐릭터도 대부분 긴 팔다리를 자랑한다. 큰 키를 동경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어린이도, 부모도 ‘키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요즘 각 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자녀의 키 성장 문제를 상담하려는 학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들의 최대 궁금증은 단 하나, ‘키 크는 비법은 따로 있을까?’ 하는 것이다. 지난 14일,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심계식(48)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찾았다.

심계식 교수는 궦적절한 운동과 수면, 식사로 건강을 챙기는 게 키 성장의 밑거름궧이라고 충고했다.
심계식 교수는 궦적절한 운동과 수면, 식사로 건강을 챙기는 게 키 성장의 밑거름궧이라고 충고했다.
◇'농구=키 크는 운동'? 근거 없는 얘기

'키 성장은 70% 이상이 유전자 작용'이란 게 학계의 정설이다. 부모 키가 작으면 자녀 키 역시 작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부모 키를 통해 자녀의 '예상 신장'을 산출할 수도 있다. 이를 전문 용어로 '표적(혹은 목표 중간) 키'라고 한다. 남자아이는 부모의 평균 키에서 6.5㎝를 더한 키, 여자아이는 6.5㎝를 뺀 키가 각각 표적 키다.

하지만 심계식 교수는 "부모 키가 작다고 해서 자녀의 키 성장을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키 성장엔 유전적 요인 외에 환경적 요인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키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를 차단, 자녀의 한계 성장치를 늘리려는 시도는 충분히 의미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운동과 숙면을 통한 성장호르몬 분비 유도 △식습관 조절을 통한 비만 예방 등이 대표적 예다. 특히 비만 증세가 있는 여자아이의 경우, 성조숙증(만 8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증상) 발병 확률이 남자아이보다 훨씬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 초경 시작 이후 최대 2년 6개월 내에 성장이 완전히 멈추기 때문이다.

키 성장과 관련, 가장 널리 알려진 오해는 "(농구·배구 등) 높이 뛰는 운동이 키를 크게 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 교수는 이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모든 운동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합니다. 다만 유산소 운동은 근육을 늘려주는 동작이, 무산소 운동은 근육을 수축시키는 동작이 많으므로 각각의 특성이 키 성장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추정할 뿐입니다. 특히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은 자칫 키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결핍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성장호르몬 치료, 특발성 저신장증에 효과 커

최근 성장 클리닉을 찾는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성장호르몬 주사 요법의 효과'다. 이와 관련, 심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누구나 다 키가 크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유전적으로 부족한 환자에게 시행된다. 국내에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3대 질환, 즉 △성장호르몬 결핍증 △터너 증후군 △만성신부전증에 의한 저신장증에 대해선 성장호르몬 치료의 효과가 확실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외국에선 선천성 기형 증후군이나 자궁 내 성장 지연증(부당 경량아) 등 FDA 적응증에 해당하는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도 입증됐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성장호르몬 치료 기법을 무조건 도입하진 않는다.

심 교수는 "보통 생후 1·2년 사이에 '따라잡기 성장(저신장의 원인이 사라지고 또래 나이대의 평균 키에 도달하게 되는 현상)'이 이뤄지는데, 이때 또래와 키가 비슷해지면 호르몬 치료를 따로 시행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인 불명의 '특발성 저신장증' 환자에겐 성장호르몬 치료가 권장되기도 한다. 해외에선 '특발성 저신장증 환자에게 성장호르몬 치료를 실시한 결과, 최대 7.2㎝까지 키가 컸다'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효과를 누리려면 (성장판이 아직 닫히지 않은) 사춘기 이전에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초기에 시행할수록 효과가 커지지만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어린아이에겐 부담이 크다. 최근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삿바늘이 겉으로 보이지 않는 전자식 기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건강한 생활로 '30% 가능성'에 투자해라

'키 성장에 영향을 끼치는 70%의 요인은 유전자 작용'이란 얘길 들은 부모는 너나 할 것 없이 허탈해한다. 하지만 심 교수는 "30%의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으므로 섣부른 포기는 금물"이라고 충고했다. "키 성장에 가장 중요한 건 '비만 방지'입니다. 패스트푸드 섭취는 되도록 삼가고 규칙적 생활로 건강을 유지해야죠. 가장 중요한 사실은 키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주의하는 겁니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스트레스는 십중팔구 키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죠."

마지막으로 심 교수는 "하이티즘(heightism), 즉 키 작은 사람에 대한 멸시 풍조를 스스로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중매체 탓인지 요즘 아이들은 맹목적으로 큰 키를 선호합니다.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남과 비교하지 말고 네 안의 내실을 추구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해주세요."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