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20일 전당대회장에서 김수한 당 경선관리위원장이 자신을 당선자로 호명하자 허공을 잠시 바라봤다. 옆자리에 앉은 김태호·임태희 후보가 악수를 청하자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5년 전 경선에서 박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석패(惜敗)하고 승복 연설을 했었다.
이날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일산 킨텍스는 1만여명의 대의원과 참관인들로 메워졌으나 열기는 뜨겁지 않았다. 오후 2시 공식 행사가 시작되고 후보 5명이 차례로 입장했지만 행사장은 "박근혜" 연호만 이어졌다. 5명의 후보는 '새누리당 대선 승리를 위해 함께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흙판에 핸드프린팅을 남긴 뒤 발표를 조용히 기다렸다. 박 후보의 수락연설이 끝나자 청중 대부분은 낙선자들의 패배 연설을 듣지 않고 일시에 빠져나가기도 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본선에서 가장 힘든 장애물?
"저하고의 싸움이겠죠."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는 생각?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 그것이 부모님께서 그런 나라를 만들려다 못다 이루신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 불통과 고집의 이미지가 있다.
"낙인찍기 아닌가. 불통의 실체가 있느냐. 자꾸 몰아가고 만들어가고…, 말을 만들어서 그런 사람으로 채색을 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 '박근혜가 바뀌네'를 보여줄 것인가.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지는 길이라면 제가 얼마든지 거기에 맞춰서 바뀔 수 있다. 그런 자세로 하면 아마 계속 바뀌어 나가겠죠. 제가 정치를 시작했던 15년 전과 지금은 아마 엄청나게 달라졌을 거다."
―젊은 층과의 교감 문제.
"젊은 층 만나면 소통에 문제없다. 굉장히 교감이 잘되고 아주 화기애애한 속에서 대화를 나눈다."
―한국민이 여성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경선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재오·정몽준 의원도 포용할 건가.
"국민의 행복을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면 당연히 함께 해나갈 수 있다. 대한민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분들과는 중도·보수·진보 따질 것 없이 우리가 함께 갈 수 있다."
―공천 헌금 파문이 사실이라면 사과할 건가.
"당이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천 헌금은 아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사과할 일이 있으면 정중하게 사과드리겠다."
―안철수 원장에 대한 평가는?
"그분이 어떤 결정을 할 건가는 제가 답할 사항이 아니다. 그분이 판단해서 할 문제다."
―5·16과 유신 등 역사관 문제는?
"우리도 곧이어 역사의 심판에 오를 것이고, 힘든 민생이 산더미같이 놓여 있는데, 계속 역사와 과거를 가지고 그렇게(논쟁) 할 여유가 있는가. 그게 국민이 바라는 바인가. 과거로 자꾸 가려고 하면 한이 없다."
―새누리당 내에서 경제 민주화의 범위와 속도에 대한 마찰이 많다.
"제가 이제는 후보가 됐으니까 종합 계획,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
박 후보는 이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 기자가 영어로 하는 질문을 통역 없이 알아듣고 우리 말로 답을 했다. 10개 언론사 인터뷰가 3시간 동안 휴식 없이 이어진 터라 미국 기자가 "긴 하루였겠다(It must be a long day)"라고 하자, 박 후보는 "당신 때문에 더 길어지네요(You make it longer)"라고 농담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