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변호사에 "마약했소"라고 호통친 한국계 판사

입력 2012.08.19 11:53 | 수정 2012.08.19 20:08

루시 고 미 연방법원 판사

지난 16일(현지시각) 삼성-애플 간의 ‘특허 전’에서 최종 변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추가 증인 22명을 신청하고 75쪽에 달하는 서류를 갑작스레 제출한 애플 측 변호사에게 “마약했소(smoking crack)”라고 호통친 미국 연방법원 루시 고(Lucy Koh) 판사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기의 특허 재판’이라고 불리는 이번 재판을 맡게 된 미 캘리포니아주 연방 북부지방법원 루시 고 판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3주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을 중재하며 전 세계의 시선을 끌었다. 증인 신청과 관련된 삼성 측의 요구를 최근 거절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증거물 채택' 등과 관련한 애플과 삼성의 억지 주장에 각각 제재를 가하거나 역성을 내며 최대한 공정성을 확보하려 했고, 각각 25시간의 변론시간 하에 최대한의 주장을 하도록 종용했다는 평가다.

이번 재판 기간 동안 그녀는 ‘화해할 시간(time for peace)’ ‘마약했소(smoking crack)’ 등 발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특히 그녀가 한국계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눈길을 끌었다.

고 판사는 지난 1968년 미국 워싱턴DC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사회학과 학부를 거쳐 1993년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한국인 2세다. 한국 이름은 고혜란.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그녀는 한국계 이민자의 딸로 북한에서 태어난 그녀의 어머니는 1945년 압록강을 헤엄쳐 건너고 걸어서 모두 2주만에 남한 땅을 밟은 사람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공산당에 맞서 싸운 한국군이었지만, 나중에 한국군 정부와의 마찰로 결국 아내와 함께 미국행을 택했다고 한다.

이 같은 태생적 다양성이 그녀가 학문적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깊은 소양을 지니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평가했다.

루시 고는 하버드 졸업 뒤 미국 법무부 보좌관을 거쳐 연방검사 등으로 활동했으며 2000년에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펌인 ‘윌슨손시니굿리치&로새티’에서 수석 변호사로 일했다. 이후 2002년부터 6년간 실리콘밸리에 있는 '맥더못윌앤에머리'라는 로펌에서 소송 관련 파트너로 일하며 정보기술(IT) 업체들의 특허침해나 기밀유출 등의 사건을 담당했다.

2008년에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아널드 슈워제네거에 의해 샌타클래라주 고등법원 판사로 임명됐으며 2010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의해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역 연방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그녀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추천한 바바라 박서 상원의원은 당시 그녀에 대해 “판사로서 뿐만 아니라 검사로서, 또 민간 영역에서 모두 완벽하게 일을 해내며 탁월하고 폭넓은 경험을 가졌다. 특출난 (연방법원 판사) 후보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고 판사가 지적 재산권 소송에서 10년 이상 일해온 전문가로 이번 애플과 삼성 간의 특허권 분쟁을 맡기에 가장 이상적인 인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계 연방 법원 판사로는 1971년부터 2004년 사망 당시까지 미 샌프란시스코 소재 연방법원 판사로 재직한 허버트 최 판사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연방법원 판사는 상원에 의해 탄핵을 받거나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평생 일할 수 있는 종신직이다.

그녀에게 “마약했소?”라는 핀잔을 들었던 애플 측 변호사 윌리엄 리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1950년 미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 문학사를 거친 뒤 코넬 대 MBA와 로스쿨을 우등 졸업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론 처음으로 미국에서 대형 로펌(WilmerHale)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버드대 이사회 멤버다. 그는 미국 법조 전문 잡지인 내셔널 로 저널(National Law Journal)'이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변호사'에 지난 2000년 6월과 2006년 6월 두 차례 선정됐으며 IT 소송에도 많이 관여했는데, 지난 2005년 발생한 EMC와 휴렛패커드(HP)간의 스토리지 특허 소송에서 그는 EMC를 대리하면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한편 18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 양사는 마지막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최종 결렬됐다. 이에 따라 양사간 특허소송은 오는 21일 시작되는 배심원 평의에서 결론이 나게 될 전망이다. 

이번 협상은 담당 판사인 루시 고가 배심원 평의 전 마지막 협상을 권고하면서 이뤄졌다. 배심원 평의까지 간다면 양사 모두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권고에도 불구 결국 양사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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