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의원)가 지난 13일 2012년 8월 정례회의를 열고 최근의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회의에는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창완(가수), 안창원(서울YMCA 회장), 황주리(서양화가), 윤장혁(화일전자 대표이사), 윤석민(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석우(카카오 공동대표), 김태수(동양 변호사), 김소미(용화여고 교사), 박지연(태평양 변호사) 위원 등이 참석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주폭(酒暴)' 문제 등 오랜 사회적 악습을 바꾸는 과감한 기획기사들이 많았다. '노숙자 주폭 확 준 서울역'(8월 13일 A11면) 등의 기사를 보면 나름대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로 끈질기게 접근하니까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아름양 사건을 계기로 '시골 아이들이 위험하다'(7월 30일~8월 3일)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했다. 하나의 사건에서 이슈를 발굴하고, 심층 기획기사로 발전시키는 기자들의 순발력이 돋보였다. 그럼에도 대안 마련 측면에서 제시된 전문가들의 의견은 원론적인 것에 그쳐 아쉬웠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들. 왼쪽부터 황주리·이석우·안창원·박지연 위원, 조순형 위원장, 김소미·김창완·윤장혁·윤석민·김태수 위원.

―시리즈 첫 회 기사에서 "우리나라 농촌의 한부모·조손(祖孫)·다문화 가정 등 취약계층 가정이 25만 가구에 이른다"고 했는데 다문화 가정을 결손 가정에 포함시킨 게 이해가 안 된다. 다문화 가정은 앞으로도 더욱 빠르게 늘어날 텐데 사회적 시각이 처음부터 그들을 결손 가정으로 본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고졸의 경제학' 시리즈도 유익했다. 다만 '1억2000만원 들인 대졸, 50세까지 고졸보다 3000만원만 더 벌어'(7월 30일 A8면)에서는 예로 든 비교 대상에 무리가 있어 보였다. 대졸자의 경우는 졸업 후 8년 동안 비정규직에다 월급도 그동안 100만원 받다 이제야 200만원을 받는 사례를 든 반면, 고졸자는 졸업하고 바로 시중 은행에 취직해 현 직급이 차장인 사람을 예로 들어 극단적인 대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졸의 경제학'에서는 주로 월급 액수의 다과로만 접근해 핵심을 짚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의 고통이나 고등학교만 나와도 얼마든지 양질의 삶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을 입체적으로 소개했더라면 기사의 취지를 훨씬 잘 살렸을 것 같다. 그럼에도 '고졸의 경제학' 기획은 전반적으로 좋았다.

―'경제 톱10 대한민국 국가 현안 족쇄 풀자'(7월 16~27일) 시리즈는 조선일보가 아니면 이런 깊이 있는 기사가 나올 수 있겠나 싶을 정도로 수작이었다. '미사일 지침'(1부)과 '원자력 협정'(2부)은 사실 굉장히 예민하고 상당히 전문성을 요하는 토픽이다. 그런데도 1970년대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시작해 단독 입수한 자료, 한국과 워싱턴의 시각까지 아주 입체적으로 잘 다뤘다.

―올림픽 특집 기사들은 기사가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양궁 아는 만큼 재밌다'(7월 24일 A24면)는 양궁의 모든 것을 하나의 그래픽에 담아 설명한 것인데, 평소 몰랐던 것을 세세하게 알려줘 양궁 경기를 보는 즐거움이 배가됐다. '최고 난도 양학선의 성공, 0.03초에 달렸다'(8월 6일 A29면)도 그래픽으로 쉽게 잘 설명해줬다. 전반적으로 올림픽 특집 기사는 칭찬해주고 싶다.

―여름 휴가철인데도 지면 한쪽에서는 기획 특집을 통해서 사회 어젠다를 계속 끄집어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중요한 현안이나 올림픽 같은 걸 보여주면서 또 한쪽에선 미담 등의 사회통합적인 기사를 내보내는 등 지면의 균형 감각이 좋았다. 특히 '5년간 쌀 40톤 기부한 그의 집은… 두 평짜리 쪽방 셋집이었다'(8월 8일 A11면), '주민 1800명의 16년 기부 릴레이'(8월 9일 A1면) 등의 미담 기사는 굉장히 가슴에 와 닿았다. 지역 발전을 부각시키고 사회통합을 강화하는 이런 기사들이 많아져야 한다.

―3년 전 찍은 '해운대 성난 파도' 사진을 7월 19일 A1면에 게재한 것에 대해 이를 사과하는 정정 기사를 그 이튿날 2면에 신속하게 실었다. 사실을 바로 인정하고 사과한 건 잘한 일이다. 그러나 잘못된 사진을 1면에 실었으면 사과 기사도 당연히 1면에 실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사람 냄새 나는 기사를 좋아한다. '스타 검사에서 대법관까지… 10일 퇴임하는 안대희'(7월 7일 Why B1면) 기사는 즉흥적으로 한 인터뷰가 아니라 3~4년 전부터 준비한 인터뷰라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게 되니 신선하게 느껴졌다. 내용도 취재원하고 신뢰관계가 있어야 나올 법한 깊은 얘기가 많이 나왔다.

―'촛불 생중계로 뜬 아프리카TV, 요즘은 진행자 치맛속 생중계?'(7월 14일 Why B3면)는 선정성을 비판하는 기사인데도 되레 선정적인 사진을 실어 기사의 취지를 무색게 했다.

―'교복이나 아동복 입은 소녀가… 아동 음란물 홍수'(7월 25일 A3면) 기사 말미에 '허가제가 등록제라 아무리 음란물 공유가 빈번해도 사이트 폐쇄가 불가능하다'는 문장이 있는데 '허가제가 등록제'라는 표현이 이해가 안 된다. 진입 규제 방식에는 허가제와 등록제가 따로 있다. '사이트 폐쇄가 등록제라 불가능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상에 음란물 유포는 금지하고 있다. 위반했을 때는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시정명령을 안 지키면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등록 취소도 가능하다.

―지난 7월 12일 멍젠주 중국 공안부장이 내한했다. 중국의 공안부장은 우리로 치면 치안 책임자다. 그런데도 멍젠주는 다음 날인 13일 하루에만 대통령을 비롯해 외교통상부 장관, 법무부 장관,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7명을 만났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때도 마치 정상회담처럼 자리를 나란히 배치했다. 과공은 비례라고 하는데 이런 문제점도 지적했어야 했다.

―그동안 학교 폭력에 대해서는 수십 차례에 걸쳐 다뤘다. 이제는 캠페인 이후 학교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치유적 차원'에서 다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학교 폭력의 완전 근절은 불가능하겠지만 학교 폭력도 뿌리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종걸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한테 '그년'이라고 표현한 것을 계기로 '막말하는 사회'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막말이 더욱 늘어나고 때때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교훈 차원에서 꼭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