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新 냉전시대 — 한·일] 日각료 야스쿠니 참배 재개… 日우익 한국대사관 앞 대규모 시위

입력 2012.08.16 03:05 | 수정 2012.08.16 10:24

앞 안보이는 한일 관계
작년부터 日성노예 판결·소녀상 놓고 양국관계 냉각
李대통령 '日王' 언급에 아사히신문 "품격 잃었다"
전문가들 "일본이 독도 입장 안바꾸는 한 갈등 계속"

15일 도쿄의 주일 한국대사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과' 언급에 반발한 일본 우익들의 시위로 종일 몸살을 앓았다.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은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언급에 대해 한국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고 밝혔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서의 품격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에는 패전기념일인 이날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과 하타 유이치로 국토교통상이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했다. 2009년 9월 민주당 정권이 출범한 이래 내각 각료의 야스쿠니 참배는 처음이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日王) 사과' 언급에 반발해 벌인 일이다. 마쓰바라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언급에 대해 "예의를 잃은 발언"이라고도 했다.

한일 관계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에 대해 성의있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일본 정부가 거부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달 들어서만 영토(독도), 과거사, 일왕 문제 등 한일 관계의 '급소 3종 세트'를 건드린 배경이었다.

한일 관계는 현 정부 출범 직후만 해도 순조로웠다. 이 대통령은 2008년 4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으로 미국과 일본을 묶어서 다녀왔다. 한일 관계를 한미 관계만큼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일본 정부와 재계에서도 이 대통령의 금융위기 대응,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등을 높이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국면에서 한국의 대북 정책에 적극 호응했다. 이를 두고 "한·미·일 신(新) 3각협력이 유사 이래 가장 공고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왔다.그러나 작년 8월 헌법재판소가 일본군 성노예와 원폭(原爆) 피해자의 배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분쟁을 해결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후 양국 관계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작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일본군 성노예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면서 양국 관계도 서먹해졌다.

중앙대 김호섭 교수는 "독도 방문보다는 일왕 관련 언급이 일본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린 것 같다"며 "일본 입장에서는 신성모독에 해당한다"고 했다.

앞으로 일본이 거칠게 항의하거나 '외교적 도발'로 인식될 만한 일을 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연구소의 진창수 일본연구센터장은 "우리가 독도에 과학기지나 접안시설을 본격적으로 건설하면 일본도 선을 넘어 순시선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과거에도 한일 관계는 얼어붙은 적이 몇 차례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5년 10월 "(과거사 문제 관련)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 등을 언급하며 "각박한 외교 전쟁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이후 퇴임할 때까지 일본 총리를 만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한일 관계가 과거에 비해 구조적으로 안정돼 있어 대통령의 말 몇 마디 때문에 한일 관계 전체가 훼손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국민대 이원덕 교수는 "한일 양국은 과거에 비해 경제·문화적 상호 관계가 매우 심화되고 좋아졌다"며 "현재 마찰은 정치적 부문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전면적 위기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열수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도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등은 한두 달 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일 때문에 한국과 일본 사이에 위기 상황이 왔다고 보진 않는다"고 했다.

지금으로선 냉각기를 갖는 게 최선이라는 견해가 많다.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연내에 일본 총리가 바뀔 가능성이 크고 우리도 12월이면 새 지도자를 뽑는다"며 "새 지도자들끼리 만나 아픈 데를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창수 센터장은 "양국 정부는 서로의 나쁜 감정이 더 번져나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한 일본 전문가는 "일본 측이 독도 문제에 대한 입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양국 관계에는 돌발 변수가 내재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일본 정부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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