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8·15 광복절을 5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독도 경비대원들의 내무반과 초소를 둘러보며 "독도는 진정한 우리의 영토이고 목숨 바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작심한 듯 '목숨' '영토' 등 긴장감 있는 단어를 골라 독도를 찾은 실제 이유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우리 영토에 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통치 행위"라고 했다.

◇취임 초부터 독도 방문 구상

1948년 정부 수립 후 지켜온 독도 정책의 원칙은 '독도가 분쟁 지역화하는 것을 막겠다는'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출범 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선 '차분하고 단호한 외교'를 표방해 왔다. 이에 맞서 일본은 역사적·지리적으로 우리의 고유 영토인 독도를 끊임없이 한일 간 영토 분쟁이 일고 있는 지역으로 만들려고 해 왔다.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이 같은 독도 정책 기조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왔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독도 영유권에 대한 외교 기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울릉도·독도를 방문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오래전에 실행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본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정면 대응을 공언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방식을 통해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우리가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면 일본은 이를 구실 삼아 국제사법재판소로 이 문제를 가져갈 것이 분명하다.

◇일본의 거듭된 도발과 우경화에 대한 실망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는 구체적으로 세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이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성의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방위백서 등을 통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계속하는 것이 독도 방문 결심을 굳히게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교토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일본군 성노예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후부터 이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우경화가 심해지고 '독도 영유권' 주장이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선(線)을 그어줄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현 정부가 추진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야당 등으로부터 "제2의 을사늑약을 추진한 친일(親日) 정부"라는 비판을 받은 것도 독도 방문 결심을 굳히게 된 주요 원인이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독도 방문을 통해 '친일' 논란을 확실히 잠재우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이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지지율이 하락한 것을 반전시켜보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레임덕 방지용'이라는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에 대응할 다음 전략 세워야"

국내의 일본 문제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취할 수 있는 통치행위지만 외교적 득(得)보다 실(失)이 클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의 독도 도발이 최고조에 이를 때 '응징 카드'로 쓸 수 있는 독도 방문이 '선제공격 카드'처럼 비친 게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대 김호섭 교수는 "이 대통령의 임기 말기에 국내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독도를 간 것처럼 보이는 게 아쉽다"며 "독도 방문은 독도 영유권을 놓고 정말 치열할 때 쓸 헤비급 카드"라고 했다.

서울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실효적 지배를 포함한 현상 유지가 국민으로부터 박수는 못 받아도 제일 좋은 정책"이라며 "이 대통령 방문이 일본 극우세력을 자극하고,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문제를 제소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다음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치밀한 대응 카드를 여러 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