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내시경 할 때 쓰는 수면 유도제)에 빠진 주부… 하루 6번 수면내시경

    입력 : 2012.08.11 03:11 | 수정 : 2012.08.11 14:05

    [1년 동안 병원 51곳서 58차례 내시경 받으며 주사 맞아]
    불면증 시달리다 약 맞고선 개운하다며 계속 찾다 중독돼… 성인 90명 투약량 맞은 혐의
    "병원끼리 환자 관리 시스템, 통합돼 있지 않기 때문"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로 지정된 수면 유도제 '프로포폴(propofol)'을 맞기 위해 1년 동안 58회, 하루 최대 6번까지 내시경을 받은 중독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우유 색깔 때문에 의료계에서 '우유 주사'라고 하는 마취제 프로포폴은 작년 2월 마약류로 지정됐으나 관리 시스템이 부실해 오남용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병원에서 일어난 산부인과 시신 유기사건도 프로포폴 중독이 발단이었다〈본지 10일자 A11면 참조〉.

    검찰 송치되는 ‘우유 주사’ 의사… 숨진 내연녀 이모(30)씨에게 “언제 우유 주사(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의미) 맞을까요?”란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시신 유기사건의 용의자인 산부인과 의사 김모(45)씨가 10일 서울 서초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정상혁 기자 time@chosun.com
    광주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10일 "속이 불편하다"며 검진을 핑계로 수면내시경을 받아 마취제로 쓰이는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여받은 김모(31)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까지 1년 동안 광주와 전남지역 병·의원 51곳에서 모두 58회에 걸쳐 수면내시경을 받으면서 프로포폴 680㏄(연간 성인 90명 내시경 투약 분량)가량을 주사로 맞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김씨는 지난해 6월 프로포폴을 처음 맞은 뒤 "온종일 잔 것처럼 개운하다"며 내시경을 명목으로 병원에 가 프로포폴을 계속 찾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찾아간 병원의 수면 유도제 중 프로포폴이 없으면 김씨는 "하얀색 약을 놔달라"고 요구했다. 약 이름을 몰랐던 김씨는 색깔로 구분해 프로포폴을 골라 맞았다. 수면 유도제는 프로포폴과 도미컴·미다졸람 등 세 가지인데, 김씨는 프로포폴을 맞아야 잠이 들었다. 병원에 프로포폴이 없거나 의사가 거부하면 김씨는 다른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김씨는 지역 병·의원을 돌아다니며 위에 음식물이 있는 상태로 하루 2~3차례 또는 3~4차례씩 수면내시경 검사로 프로포폴을 투여받았다. 또 더 많은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위·대장 내시경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중순에는 각기 다른 병·의원을 찾아 하루 최대 6번까지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김씨는 "잠을 푹 잘 수 있는 데다 마취에서 깨어날 때 가슴이 벅차오르고 나쁜 기억이 사라져 기분이 좋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마치 좀비처럼 걸어 다닌 듯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하루에 여러 군데 병·의원에서 수면내시경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병·의원 간 환자 관리 전산이 통합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지난해 2월 마약류로 지정됐지만 사용량이 정해져 있지도 않다. 경찰은 김씨가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맞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12월 의사협회의 협조를 받아 김씨 정보를 지역 병·의원에 통보했다. 그러나 김씨는 친척 명의로 수면내시경을 의뢰해 이후에도 프로포폴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성인 여성은 몸무게에 따라 프로포폴 8~10㏄(1년에 한 차례)를 투여해 수면내시경 검사를 실시한다"며 "김씨는 일반인 평균량보다 훨씬 많은 1회 평균 20㏄ 이상 프로포폴을 맞아야 잠이 들 정도로 중독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