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의 환경칼럼] 셰일가스, '온난화 도박' 될 수도

조선일보
  • 한삼희 논설위원
    입력 2012.08.10 23:24 | 수정 2012.08.13 10:56

    한삼희 논설위원

    셰일가스가 에너지의 구세주라도 되는 것처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셰일가스란 2~4㎞ 지하 암석층의 미세한 틈에 갇혀 있는 천연가스로, 성분의 90%는 메탄가스다. 전엔 이걸 뽑아 쓸 엄두를 못냈다. 2000년대 들어서야 수압파쇄법(水壓破碎法)이라는 채굴법이 나오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대량 생산이 시작됐다.

    천연가스는 세계 에너지 공급의 20%쯤 기여하고 있다. 기존 천연가스 매장량은 전 세계가 60년쯤 쓸 분량이다. 셰일가스는 확인된 매장량만 갖고도 그보다 많다. 그래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100년 쓸 에너지가 새로 나왔다"고 흥분했다는 것이다.

    2007년엔 미국이 옥수수 에탄올로 자동차 연료를 대체하겠다고 법석을 떤 일이 있다. 그러나 옥수수 생산·정제 과정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것이 밝혀지면서 옥수수 에탄올에 걸었던 기대는 사라졌다. 미국이 옥수수를 곡물용으로 수출하지 않고 자동차 연료로 정제하는 바람에 세계 곡물 가격이 뛰면서 가난한 나라의 빈민들 고통만 가중됐다.

    셰일가스에도 예상 못한 부작용은 없는 것일까. 뒤져봤더니 미국 코넬대 호워드(Robert Howarth) 교수가 작년 3월 '클라이밋 체인지(Climate Change)'라는 과학전문지에 '셰일가스 경계론'을 제기한 것이 있었다. 천연가스는 연료로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탄의 55%, 석유의 70%밖에 안 된다. 그래서 온난화를 늦춰주는 클린 에너지로 인식돼왔다. 문제는 셰일가스는 채굴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가스가 공기 중으로 새어나간다는 사실이다. 종래의 천연가스는 누출량이 0.01%였는데 셰일가스는 1.9%다. 운송·저장·정제 과정의 누출량까지 합치면 3.6~7.9%나 된다. 이렇게 새어나가는 천연가스(메탄가스)는 단위 질량으로 따지면 이산화탄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강력한 온실기체다.

    호워드 교수는 새어나간 가스의 작용까지 더해 셰일가스의 온난화 강도(强度)를 계산했다. 그랬더니 화석연료 가운데서도 악성(惡性)이라는 석탄보다도 더 악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장기(長期·100년 범위)값'과 '단기(短期·20년 범위)값'을 구분한 점이다. 이산화탄소의 수명은 100년, 천연가스는 12년으로 잡는다. 두 온실기체가 온난화를 일으키는 형태가 시간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호워드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100년의 기간을 시야에 넣은 장기(長期) 영향에선 셰일가스의 온난화 작용이 석탄과 비슷했고, 20년의 단기(短期) 영향에선 석탄보다 1.2~2배 강력한 온난화 작용을 나타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화석연료의 온난화 효과를 계산하면서 주로 '100년 범위값'을 사용해왔다. 호워드 교수는 '20년 범위값'을 따로 내놓은 이유에 대해 "수십 년 내에 온난화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0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티핑 포인트란 어떤 한도를 넘어서면 눈덩이가 구르듯 걷잡을 수 없게 돼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북극 빙하가 너무 많이 녹아버리면 얼음 표면에 반사돼 우주로 튀어나가던 태양빛이 지표면에 흡수되면서 지구가 더 뜨거워지고, 그에 따라 북극 얼음이 더 녹으면서 지구 기온은 추가로 올라가게 된다. 온난화가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지 않게 하려면 앞으로 20~30년이 중요한데 셰일가스는 그 사이 온난화를 절벽으로 굴러떨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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