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대선주자들 떠드는 스웨덴 복지, 엉터리 수두룩"

    입력 : 2012.08.11 03:15

    스웨덴 대학 최연혁 교수_"50년 걸쳐 이룬 스웨덴 복지
    한국처럼 선심성 공약 아닌 정치적 상생으로 이뤄진 것
    경제위기땐 수당 낮추는 등 복지대수술 단행했는데… 한국선 아름다운 모습만 봐"

    25년간 스웨덴에서 살면서 복지국가의 맨살을 연구한 최연혁 교수는 "성장과 분배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비법이 스웨덴에 있다"고 말했다.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큰 틀에서의 사회적 대타협 없이 증세를 논하고 사회보장을 늘리는 것은 계층 간 갈등만 증폭시킬 뿐입니다." 최연혁(52) 스웨덴 쇠데르턴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복지가 사회통합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호주머니를 열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정치학 박사로 1997년부터 스톡홀름 쇠데르턴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장도 겸하고 있는 그는 4년 전 스웨덴과 한국의 학자들과 함께 '스톡홀름 포럼'을 결성, 양국의 복지정책을 비교 연구해오고 있다. 최근 최 교수가 펴낸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쌤앤파커스)는 '복지천국'이란 곳에서 살아가는 스웨덴 국민의 삶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면서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성장하고 있는 스웨덴의 힘을 면밀히 분석한다.

    그는 "50년에 걸쳐 이뤄진 스웨덴 복지는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정치적 상생'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장과 분배의 정의를 동시에 일궈내기 위해 1938년 스웨덴에서는 좌우연정, 노사합의라는 대타협이 일어납니다. 사민당(좌)과 농민당(우)의 살트셰바덴 협약이 정치상생 구조를 만들어 내며 스웨덴 역사의 물꼬를 바꾼 거죠. 1951년 '연대임금제'는 노-노(勞-勞)갈등을 푸는 단초가 됩니다. 노동조합총연맹(LO)이 나서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차의 임금격차를 줄인 결단으로, 이후 스웨덴의 산업경쟁력, GDP성장률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대기업이 피고용자에 대한 국가의 복지비용 중 39%를 지불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물론 노조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되는 스웨덴에서는 '조금 더 나누고 더 많이 행복하자'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복지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 반대가 남유럽의 복지 실패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의 부패율은 OECD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복지가 사회통합의 도구가 아닌 정쟁(政爭)의 대상으로 전락한 결과였죠. 모두가 복지를 원하면서도 누구도 부담은 안하려고 하는 복지정치의 악순환이라고 할까요. 스웨덴 국민의 75%는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더라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의료복지와 교육복지, 노인복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 교수는 '스웨덴 복지는 다 공짜'라는 생각도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모두에게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의 비율은 상당히 낮습니다.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선별적 복지죠. 1991년 버블경제 위기에 닥쳤을 때에는 국민의 동의하에 아동수당, 출산수당을 낮추는 등 복지 대수술을 단행했습니다. 해마다 한국에서 국회의원, 시민운동가, 노조간부 등 수많은 사람들이 스웨덴으로 견학을 오는데 경제위기 때 복지개혁을 단행한 얘기나 노조 스스로 노동자 간 격차를 줄여 사회불평등을 없앤 얘기들은 귀담아듣지 않더라고요(웃음)."

    최연혁 교수는 9월에 다시 내한, 정부 사회통합위원회가 주최하는 '자본주의와 복지의 미래' 포럼에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토론한다. 그는 "안철수 교수를 포함해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복지공약들을 살펴보니 스웨덴 복지에 대한 엉터리 팩트들이 수두룩하더라"면서 "복지는 정치· 사회·경제가 함께 가는 소셜 엔지니어링이자 복잡한 4차함수인 만큼 정쟁이 아니라 국가 단위의 사회적 담론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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