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동안 공사가 중단돼 도심 흉물로 방치돼 있던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부근 '범어권구립도서관(가칭·이하 범어도서관)' 공사가 드디어 재개될 전망이다.

수성구는 지난 7일 도서관 건립 약속에 대한 공증과정에서 연대 보증을 섰던 시공사 두산건설과 내년 3월 개관을 목표로 다음 달부터 공사를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고 8일 밝혔다. 남은 공사비 중 기자재 관련 시설 일부(13억여원)는 구청이 지원하고, 나머지는 두산건설이 부담해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수성구 관계자는 "현재 내부 마감 및 유리 외장 등 인테리어 공사만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내년 3월 개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년여 동안 공사가 중단돼 앙상한 뼈대만 남아 있는 대구 수성구 범어권구립도서관. 다음 달부터 공사가 재개된다.

범어도서관 건립사업을 놓고 그동안 숱한 갈등이 빚어졌었다.

이 사업은 지난 2005년 두산위브더제니스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승인 때 시행사인 ㈜해피하제가 250억원을 들여 연면적 6900㎡(2000여평) 크기의 도서관을 지어 수성구에 기부채납하기로 약속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아파트 상가 분양 등이 원활하지 않자, 2009년 ㈜해피하제는 도서관 준공 기간을 7개월 연장해 줄 것을 수성구에 요청했고, 그 조건으로 수성구는 ㈜해피하제와 시공사 두산건설(연대 보증)에 공증을 받았다. 이듬해 7월 도서관 공사는 공정률 85% 상태에서 중단, 현재까지 방치돼 왔다.

이에 대해 ㈜해피하제 측은 "돈이 없어 못 짓고 있다. 자금 사정이 풀리면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고, 연대 보증을 섰던 두산건설도 "기부채납을 약속했던 시행사가 부도난 것도 아닌데 무작정 대신 공사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언제까지 흉물스러운 공사현장을 이대로 방치할 것이냐"는 주민 항의가 빗발쳤고, 수성구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작년 9월 수성구가 강수(强手)를 빼들었다. "기부채납 약속을 어긴 ㈜해피하제와 연대 보증을 섰던 두산건설 등을 상대로 재산가압류와 손해배상소송 등을 제기할 방침"을 밝힌 것이다. 당시 ㈜해피하제는 사실상 공사를 재개할 여력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대기업인 두산건설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후 수성구는 올 7월부터 직접 예산(110억~120억원)을 들여 공사를 시작한 뒤 약속을 어긴 두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수성구 의회도 범어도서관 건립 촉구 결의안 채택과 공사 재개 촉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추진하며 다각적인 방법으로 업체들을 압박했다. 당시 박민호 구의회 의장은 "약속을 어긴 시행사·시공사를 상대로 구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압박하고, 구 집행부에도 하루빨리 도서관이 지어질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수성구와 두산건설은 다시 협의에 나서 한 발씩 양보하는 수준에서 합의를 본 것이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늦었지만 공사를 재개할 수 있어 다행이며, 그동안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만큼 하루빨리 공사를 마무리해 최고의 시설을 갖춘 도서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내년 3월 개관 예정인 범어도서관은 수성구 내 생활권역별로 지어지고 있는 도서관들의 거점 종합도서관으로 계획돼 있다.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1~3층에 시청각실·어린이도서관·종합자료실·멀티미디어실 등을, 4~5층엔 지역 학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교육 기회를 제공할 국제교육원 등을 만들 계획이며, 전자책 열람 서비스와 무인식별시스템(RFID) 등을 갖춰 자료검색·좌석 예약·대출·반납 등의 서비스를 최첨단으로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