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낙동강 등지의 녹조(綠藻)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셔도 되는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녹조현상을 일으킨 조류(藻類·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는 한강에서는 아나베나(anabaena), 낙동강에선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가 주종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8일 환경 당국은 밝혔다. 둘 다 독성물질을 분비하는 조류들이다. 이날 녹조가 한강 하류지역으로 번지면서 서울시는 9일 조류주의보 발령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한강 조류주의보가 발령되면 2008년 7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이고, 2000년 이후 6번째다.

수돗물 안전성이 우려되는 것은 아나베나가 내뿜는 '아나톡신'과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분비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모두 독성물질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한양대 한명수 교수(생명과학과)는 "독성물질이 체내로 들어오면 간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녹조로 오염된 물을 마시고 사망하는 사례도 매우 드물지만 (국제학계에)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의 경우 1980년대, 한강은 1990년대에 강물에서 조류 독성물질이 검출돼 수돗물 관리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 등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녹조현상이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환경 당국은 그러나 수돗물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녹조현상이 발생한 이후 정수한 수돗물에서는 아직 독성물질 검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정수 처리 과정에서 독성물질이 모두 제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돗물 안전성을 100%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수질 전문가는 "염소나 오존 투입량 등이 적절하지 못할 경우 조류의 체내에 있는 독성 성분이 오히려 더 많이 물속으로 빠져나오게 된다"면서 "특히 정수 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지방의 중소 규모 정수장에서 이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나베나의 경우 아나톡신이라는 독성물질뿐 아니라 곰팡이 또는 하수구 냄새가 나는 '지오스민'이라는 악취 유발물질도 분비한다. 수도권과 지방 일부 지자체의 정수된 수돗물에서는 지오스민 농도가 환경기준(20ppt 이하)을 최대 20배 가까이 초과한 상태다.

지오스민은 정수장에서 커피 가루처럼 분말로 된 활성탄을 넣어 냄새를 흡착하는 방식으로 제거하지만, 서울시 등 대형 정수장을 운영하는 지자체와는 달리 시설이 열악한 지방의 소규모 정수장에서는 정수된 수돗물에서도 지오스민 농도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겨울 북한강에서 발생한 사상 첫 '겨울 녹조'와는 달리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당시보다 수돗물에 포함된 지오스민의 농도는 훨씬 더 높지만 수돗물을 이용하는 시민은 악취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 정수장들이) 지난겨울에 비해 활성탄 투입 등 대처를 잘한 측면이 있지만, 여름철 높은 기온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수장에서 일반 가정으로 수돗물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오스민이 휘발되어 악취를 덜 풍겼다는 것이다. 지오스민은 섭씨 100도 이상에서 3분 정도 끓이면 냄새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