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들이 電氣 더 아끼지 않으면 '전력 위기' 계속된다

조선일보
입력 2012.08.08 23:30 | 수정 2012.08.08 23:49

전력 공급이 아슬아슬하게 전력 수요에 맞춰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발전 예비전력이 300만㎾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사전에 약정을 맺은 기업들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도록 요청해 간신히 대정전(大停電) 사태를 피해가고 있다. 7일 경우 1700개 기업이 절전에 협조해 전력 수요를 280만㎾ 떨어뜨렸다. 한전은 이들 절전 기업에 전기생산 원가의 7배나 되는 ㎾h당 716원씩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이 돈이 올해 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한국전력은 산업용 전기 요금은 ㎾h당 97원씩, 주택용은 128원, 상가 등 일반용은 116원을 받고 있다. 기업들엔 전기를 싸게 파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2009년 기준)은 8092㎾h로 일본(6739㎾h)·독일(5844㎾h)·프랑스(7020㎾h)·영국(5349㎾h)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1088㎾h에 불과해 일본(2189㎾h)·프랑스(2326㎾h)의 절반밖에 안 된다. 우리의 전력 소비량이 많은 것은 철강·자동차·전자 등 산업 분야에서 워낙 많은 전기를 쓰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작년 경우 전력 소비량 가운데 산업용이 55%였고, 주택용은 18%밖에 안 됐다.

이런 상황에서의 절전 보조금은 기업들의 방만한 전기 소비 탓에 발생한 전력난을 해결하려고 국민 세금으로 기업들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와 기업은 이 상황을 국민이 언제까지 납득해줄 것인가 하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는 일반 가정용 전기에 대해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는 가중(加重) 누진제를 적용해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 한 달에 100㎾h 이하를 쓰는 집은 전기 단가가 ㎾h당 57.9원에 불과하지만, 사용량이 늘 때마다 단가가 120.2원(101~200㎾h)→179.4원(201~300㎾h)→267.8원(301~400㎾h)→398.7원(401~500㎾h)→677.3원(500㎾h 이상)으로 급속도로 늘어난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요금은 누진제 적용 없이 전기생산 원가의 87.5%(작년 기준)만 받고 있다. 기업의 원가(原價) 부담을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고 산업 활동을 촉진시키려는 뜻이지만, 절전형 산업구조로의 이행을 막고 전력 낭비를 방치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3300V 이상 고압(高壓) 전기를 공급받는 대기업의 전기 요금은 ㎾h당 96.6원으로 저압을 쓰는 중소기업의 단가 112.9원보다 훨씬 싸게 책정돼 있다. 전기 공급의 효율성을 반영한 것이겠지만 앞으로 전기 요금을 조정할 때는 대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대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배려를 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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