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일 방북 중인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중국 인민들이 중국 공산당의 영도 아래 '12·5 계획'을 실행하고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하는 투쟁에서 커다란 성취를 이룰 거라 믿는다"며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을 개선해 인민들이 행복과 문명적 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이 조선노동당이 분투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샤오캉 사회'는 중국 국민 대부분의 생활수준이 높아져 여유가 있는 상태를 말하며 '12·5 계획'은 샤오캉 사회 건설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담고 있다.
북의 김정은 3대 체제는 아버지 김정일의 선군(先軍)노선 대신 선당(先黨)노선으로 전환해 당 중심으로 경제 개혁에 나설 것처럼 신호를 보내고 있다. 4월 19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김정은 담화를 통해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문제 해결'을 선결 과제로 제시했고, 지난 6월 말에는 협동농장·공장·기업소의 작업조를 현재보다 잘게 쪼갠 후 그 생산 실적에 따라 생산물을 국가와 작업조가 일정 비율로 나눈다는 '6·28 방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전인 2002년 7월 1일 김정일도 종합시장의 설립을 공인하고 국영기업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등의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도입했었다. 그러나 '장마당 경제' 규모가 너무 커지면서 '배급 경제'의 통제력이 위협받자 김정일은 2005년부터 시곗바늘을 다시 거꾸로 되돌려 2009년 화폐개혁을 실시해 시장세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
김정은은 김정일처럼 1960년대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채용했던 국가통제경제의 골격은 그대로 둔 채 시장경제 요소를 가미하는 '체제 내 개선'(improvement within the system)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산권 국가 가운데 중국만이 시장체제로 전환하는 진짜 개혁(market-oriented reform)을 통해 경제를 살렸다. 덩샤오핑이 1978년 경제개혁의 첫 조치로 인민공사를 해체하고 토지경작권을 농민에게 돌려주는 농촌개혁을 실시한 이후 농가 소득은 6년 만에 2배로 뛰었다. 덩샤오핑이 권력에서 쫓겨났던 1970년대 초반 트랙터 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현장에서 민생 경제의 실상을 직접 접하면서 개혁·개방 구상을 가다듬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정은은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할 형편이고, 그래서 이런저런 몸부림을 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중국식 성공 모델을 본받으려면 혈족(血族) 세습의 한계를 벗고 정권의 기반을 확대해 그 바탕 위에서 경제의 큰 틀을 바꿔야 한다. 김정은에겐 세습의 틀을 벗어나는 첫 단계가 개혁·개방의 두 번째 단계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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