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의 두 팀이 중국·인도네시아와 함께 실격 처리됐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8강전에서 강팀 중국을 피하려고, 중국은 4강전에서 다른 중국 팀을 만나지 않으려고 서로 지는 경쟁을 벌이다 런던올림픽에서 퇴출당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 경기를 1일 밤 TV에서 본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한국과 상대 선수들은 서비스를 상대 진영으로 보내지 않고 네트를 향해 쳐대 일부러 실점하기 일쑤였다. 상대가 서비스를 보내면 경기장 라인 밖으로 쳐 내거나 아예 받지 않았다. 낯이 화끈거려 지켜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한국 선수단은 "우리와 맞붙은 중국이 먼저 져주는 경기를 해서 항의했지만 중국 팀이 심판 경고를 받고도 계속 지는 경기를 해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덜 잘못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스포츠는 규범을 지키는 자세와 공정한 경쟁, 상대방 존중, 자기 극복을 배우는 장(場)이다. 그러나 현대 스포츠의 현실은 "승리보다 참가에 올림픽의 의미가 있다"고 한 쿠베르탱의 말이 무색하다. 국제 스포츠대회, 특히 올림픽은 각국이 안으로 국민을 결속시키고 밖으로 국력을 과시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옛 사회주의 국가들은 예산을 들여 체계적으로 선수를 키우는 '스포츠 국가주의'를 통해 스포츠 강국으로 올라섰다. 우리가 올림픽 10위 안에 들게 된 것도 '준(準)국가주의' 정책을 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생활 스포츠에 뿌리를 두지 못한 '국가 스포츠'에선 승리와 메달만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세계 스포츠가 갈수록 상업화하고, 올림픽 인기 구기(球技) 종목에 프로선수가 참가하는 마당에 순수 아마추어리즘만 내세우는 것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그러나 그런 탁류(濁流) 속에서도 스포츠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 스포츠는 국민에게 용기를 주고 자라는 2세들에게 꿈과 정의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국민은 일등에만 열광하지 않는다. 당당한 패자(敗者)의 스토리에도 감동하고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져주기' 배드민턴 경기에선 스포츠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가 아직도 승리에 목을 매는 현실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스포츠 국가주의와 승리 지상(至上)주의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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