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에 과격 이슬람주의 성향의 지하드(성전·聖戰) 요원들이 개입해 차츰 세를 불려가고 있어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0일 수백명의 해외 출신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이 최근 시리아로 들어가 현지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세력이 커질 경우 시리아의 반(反)정부 투쟁이 자칫 종파 분쟁으로 변질되거나 알카에다가 득세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수니파 지하드 세력 집결

시리아 반군 자유시리아군은 최근 리비아·이라크·파키스탄 등에서 활동하던 이슬람주의 무장 활동가들이 터키를 거쳐 속속 시리아로 진입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매일 15~20명이 국경을 넘어 시리아의 자생적 이슬람주의 투쟁 집단과 합류하고 있다. 대부분 수니파 무슬림인 이들은 현재 약 300여명이 시리아 내에서 암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니파 이슬람주의 세력은 과거에도 이집트에서 사다트 전 대통령을 암살했고, 리비아·이라크 등지에서 세속 독재자에 대한 투쟁을 이끌었었다. 이들은 특히 시아파 소수 분파 알라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이 강하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이날 터키에서 시리아로 월경(越境)을 준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대학생 압둘라 빈 샴마는 "자국민을 학살하는 시아파 독재자(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칭)와 싸우는 것은 신실한 무슬림으로서 의무"라고 말했다. 샴마와 함께 시리아로 향하는 리비아 출신 살룸은 리비아 내전 당시 카다피군에 맞서 싸운 경험이 있다. 그는 "시리아의 수니파 형제들이 시아파 정권과 그것을 지지하는 이란·헤즈볼라(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에 맞서고 있다. 가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종파 분쟁으로 변질될 수도

시리아 반군 측은 알아사드 가문의 42년 통치에 항거하는 반독재 혁명이 이슬람주의자들의 개입으로 인해 종파 분쟁으로 변질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반군에는 수니파뿐만 아니라 세속주의자 등 다양한 시리아 국민이 참여하고 있다. 자유시리아군 관계자는 무자헤딘에 대해 "사상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폭력을 용인하며, 잘못된 목적을 가진 과격분자들"이라고 비판했다. 반알아사드 투쟁이라는 방법은 같지만 투쟁의 목표가 서로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무자헤딘의 일부는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압도적인 화력을 가진 정부군과 싸우는 입장에서 단 한 명의 지원군도 아쉬운 상황이라 도움을 거절하기도 어렵다. 내전에 끼어든 이슬람주의 세력은 알아사드 정권 타도 이후 시리아의 앞날에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칼레드 알 아유비 주(駐)영국 시리아 대리대사는 30일 영국에 망명을 신청했다. 아유비는 "국민에게 잔혹한 짓을 하는 정권을 더 이상 대표하고 싶지 않다"고 망명 이유를 밝혔다. 지난 3주간 이라크·키프로스·UAE 주재 시리아 대사들이 외국으로 망명했다.

☞지하드·무자헤딘

아랍어로 각각 성전(聖戰)·전사(戰士)란 뜻으로, 특히 신앙을 지키기 위한 투쟁과 관련해서 자주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