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의사가 만든 병원 옆 소아암 환자 사랑방… 10년간 환자 750명 품어

입력 2012.07.31 03:13

[개소 10주년 맞은 참사랑의 집]
통원치료환자 안타깝게 여겨 사비와 기업 후원받아 운영

30일 오후 1시쯤 구홍회(56)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가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2층 붉은 벽돌집 앞에 멈췄다. 구 교수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머리를 빡빡 깎은 어린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오늘 외래진료 있니?" 구 교수가 묻자 김수지(16·가명)양이 고개를 저으며 까르르 웃었다.

'참사랑의 집'. 지난 10년 동안 750여명의 소아암 환자가 머물다 간 사랑의 공간이다. 방 4개와 주방, 거실이 있는 보통 주택이지만 소아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곳이다.

한일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여름, 구 교수는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어린 암환자들이 통원 치료과정에서 곤란을 겪는 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다. 상태가 심각해 '서울의 큰 병원'을 찾은 지방 어린이 환자들이 머무를 곳이 없어 병원에서 멀찍이 떨어진 모텔에 머무는 경우도 많았다.

삼성서울병원 옆 붉은 벽돌 2층 집 ‘참사랑의 집’에 머물며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소아암 환자와 보호자들이 30일 오후 보금자리를 만든 구홍회 교수와 함께 계단에 모였다. /김지호 객원기자 yaho@chosun.com

구 교수는 "소아암 어린이와 보호자가 치료를 받는 동안 지낼 공간을 마련해 보자"는 아이디어와 함께 500만원을 내놓았다. 삼성카드사가 전세비와 운영비 2억5000여만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벽돌집 곳곳에는 어린 환자와 보호자들이 키워온 희망과 가슴 저린 아픔이 오롯이 서려 있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아들과 함께 2007년부터 수시로 참사랑의 집 문턱을 넘은 현양희(49)씨는 "3년여 투병 기간 동안 속상한 일이 참 많았는데 이 집 화장실에서 꽥 소리 한번 지르고 울고 나면 답답한 게 풀렸다"고 말했다.

백혈병 치료를 위해 왔던 안드레이(15·Andrey)군이 2008년 떠날 때는 쉼터 가족 모두 나와 러시아 소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또 흔들었다. 현씨는 "함께 머물던 열 가족이 나와서 잘 가라며 한 명씩 포옹을 하는데 눈물이 주르륵 났다"며 "내 집에 한 핏줄로 이어진 가족들이 있다면, 이곳에는 같은 아픔을 가진 환우(患友)들이 있다"고 말했다.

2003년 백혈병 진단을 받고 전남 순천에서 이곳을 찾은 마현재(21)씨는 이제 건강한 청년이 됐다. 그는 "'꼭 살아서 여기를 나가야지…' 했던 당시 결심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삼성서울병원 본관에서는 '참사랑의 집'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사랑의 빨간 벽돌집이 탄생한 날은 10년 전 6월 25일이지만, 더 많은 '가족'들이 찾을 수 있도록 방학 기간에 맞춰 기념식을 한 달 정도 늦췄다.

밝은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위로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던 현씨는 이날 병원 측으로부터 모범상을 받았다.

"벽돌집에서 뒤엉키며 이해하고 안아준 우리는 어느덧 한가족이 되었습니다. 제 아들은 뇌종양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잘 이겨내고 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냅시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현씨는 직접 써 온 수기를 씩씩한 목소리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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