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옛 중앙대 용산병원 땅, 1년 넘게 방치된 이유는?

조선일보
입력 2012.07.30 03:21

市 의료시설로 개발용도 한정
'코레일 병원' 만들기로 했지만 계약 조건 까다로워 공모 무산
코레일, 용산구청 상대로 의료시설 지정 해제 요구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중앙대 용산병원 부지는 철망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철망엔 코레일 자산으로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의 푯말이 걸려 있었다. 지난해 3월만 해도 의료진과 환자로 넘쳐나던 건물은 쓰레기만 나뒹굴었다. 건물 꼭대기엔 '중앙대학교 용산병원'이라는 글씨가 지워졌지만 그 흔적은 뚜렷했다. 한때 용산의 대표적인 종합병원인 이 건물이 방치된 건 지난해 4월부터. 토지 소유자인 코레일이 부지 개발을 위해 중앙대 용산병원을 내보낸 이후 지금까지 버려졌다.

근처에 사는 주민 신동용(57)씨는 "가까운 종합병원이 난데없이 사라져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병원을 가려면 한강대교 건너 흑석동 중대병원까지 가거나 병원을 찾아 강남까지 가야 하는 처지다"고 말했다.

1984년부터 진료를 해 왔던 멀쩡한 대학병원이 사라진 채 버려진 건 토지 주인 코레일 때문이다. 중앙대는 2007년 5월 코레일로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병원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용산역 일대 철도공사 소유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면서 근처 용산병원 부지를 상업·주거시설로 개발해야겠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중앙대 측은 병원 교직원 700여명을 당장 옮기는 게 불가능하다며 반발했다.

중앙대는 병원 폐쇄를 막기 위해 용산구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2008년 3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중앙대용산병원의 부지 및 건물을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또 2008년 10월 용산병원 구동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그 결과 용산병원 부지 내에는 병원만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코레일은 "용산병원 부지와 건물을 반납하라"며 용산병원에 대해 서울 서부지법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009년 12월 코레일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흑석동 중앙대의료원으로의 이전을 완료한 후인 지난해 3월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폐업이 신고됐다.

코레일은 병원 외에 다른 개발이 불가능하자 '코레일 용산병원'을 신축하기로 하고 임대사업자를 공모했다. 코레일이 제시한 운영 조건은 기존 병원 시설물 철거와 건물 신축, 연간 사용료 약 37억원 이상, 병원 신축에 관한 재정적 책임 등이었다.

하지만 계약 조건이 까다로워 병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용산병원 운영사업자를 공모했지만 새로운 의료기관을 찾지 못했다.

코레일은 지난 5월 용산구청에 "희망 병원이 없다" "무단 방치로 연간 26억~37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며 병원시설 지정을 해제하거나 부지를 매수하라고 요구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애초 종합의료시설 지정이 용산구의 주도로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며 "엄연히 사유지인 이상 지정 해제가 어렵다면 용산구가 병원 부지를 매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용산구청의 종합병원 고수 입장은 현재까지 단호하다. 용산병원이 없어진 상황에서 현재 용산구 종합병원은 순천향병원 한 곳뿐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병원은 공익적 목적이 큰 시설이라 중앙대 용산병원 부지엔 반드시 병원만 들어와야 한다"며 "코레일이 주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종합병원 부지를 1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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