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전거도로 1757㎞!

서울에서 부산까지 두 바퀴로만 달릴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1970년 7월 7일 제1호 고속국도인 경부고속도로가 준공된 지 42년 만에 한국인들은 '경부 자전거도로'를 갖게 됐다. 전쟁 폐허를 딛고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정신이 '빨리빨리'였다면, 이제 느림과 꾸준함의 상징인 자전거로 전국 일주가 가능해진 것이다.

인천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충주로, 다시 대구와 창녕을 거쳐 부산까지 가는 자전거길은 한강을 타고 이화령을 넘어 낙동강으로 이어진다. 담양에서 목포까지, 대전에서 군산까지 각각 이어진 영산강 자전거길과 금강 자전거길도 개통됐다. 앞으로 2019년까지 서해·남해·동해를 잇는 해안 자전거도로가 완공되고, 그 북쪽 꼭짓점 2개를 DMZ 자전거길로 이으면 자전거길은 총 3214㎞에 이를 전망이다.

자전거 전국 일주의 끝은 제주도 해안도로 일주다. 4대 강과 백두대간을 넘고 건너온 라이더들은 종착지인 이곳에 도착해 편한 복장으로 남국 해안의 정취를 맘껏 즐긴다. 제주 한라사이클 동호회원들이 월정해수욕장 근처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미 수많은 자전거 라이더가 이 모세혈관을 따라 전국 일주에 나서고 있다. 가족과 친구, 동호회원들이 오로지 맨몸으로 페달을 밟아 한반도의 숨결을 느끼려는 행렬이다. 자연을 찾아 산으로 숲으로 떠나던 사람들이 두 바퀴에 의지해 '또 다른 자연'을 찾아 나선다.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로 자전거 전국 일주를 꼽는다.

등산가가 수직(垂直)의 도전자라면, 라이더는 능선(稜線)의 실천가다. 자전거 핸들은 뇌의 연장이며, 두 바퀴는 팔다리가 된다. 좁고 딱딱한 삼각 안장 위 라이더의 심장과 근육은 그대로 페달과 기어에 연동된다. 자전거 라이딩은 노 젓기와 흡사하다. 나의 두 다리로 페달을 밀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 없다. 자전거 라이더를 자처하는 작가 김훈은 책 '자전거여행'에서 "길바닥에 몸을 갈면서 천천히 나아가야만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썼다.

개발 시대의 자전거는 '저렴한 교통수단'의 의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뒷좌석으로 둔갑한 짐받이에 사람을 태웠으며, 비를 맞아 녹슬었고 펑크 난 채 방치됐다. 서민 운송수단 자리마저 오토바이에 내줬던 자전거는, '슬로 라이프(slow life)' 시대를 맞아 화려하게 되돌아왔다. 라이더들은 알루미늄·카본·크로몰리로 만든 이 기계를 거실 창가에 모셔두고 닦고 기름 친다.

자출족(自出族·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자전거 인구 800만 시대를 견인했다. 고유가 시대에 도시에서 자동차보다 빠르고 건강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대한민국은 '자전거 전국 일주 시대'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