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직장생활 4년째인 윤석범(38·서울시 양천구)씨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주변에서 '노총각' 소리를 듣고 있다. 윤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오래 하느라 서른넷에야 직장을 잡는 바람에 아직 결혼 자금이 충분하지 않고 혼자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결혼할) 마음의 준비가 덜 됐다"고 했다. 윤씨처럼 서울에 사는 35~49세 남성 중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지난 20년 동안 1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나이 남성 5명 중 1명꼴(20.1%)이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통계로 본 서울 남성의 삶'을 25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35~49세 사이 미혼 남성은 2010년 24만2590명으로 1990년 2만4239명에서 20년 동안 10배 늘었다. 미혼 여성은 2010년 14만5218명으로 같은 기간 6.4배 증가했다. 남성 미혼 인구가 여성보다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에 대해 노동연구원 성재민 책임연구원은 "남성들 사이에 결혼 자금이 충분히 모일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IMF 이후 비정규직이 늘어 돈 모으기 힘들어지고 서울 집값이 올라 결혼 비용이 뛴 것도 이유"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문조 교수는 "학력수준이 높아진 여성들이 그동안 남성들이 독점하던 양질의 일자리를 나눠 가졌다"며 "여성 결혼 눈높이를 만족시킬 만한 남성이 점점 적어지면서 결혼을 못 하는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에 대한 남성 시각이 달라진 것도 큰 원인이다.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남성은 2006년 3명 중 1명(28.1%)에서 2010년 5명 중 1명(20.7%)으로 줄었다. '선택 사항일 뿐'이라고 답한 남성이 3명 중 1명(29.8%)으로 '필수(20.7%)'보다 훨씬 많았다.

이들은 앞으로도 결혼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10년 미혼 남성 가운데 절반 이상(52.4%)이 고졸이었지만 미혼 여성은 절반 이상(61%)이 대졸 이상이었다. 남성 미혼자들이 자신들 학력 수준에 맞는 여성들을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처럼 35~49세 미혼 남성 미혼율(20.1%)은 앞으로 평생 미혼율(50세까지 결혼하지 않은 사람 비율·2.2%)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미혼율 급증은 1인 가구 증가로 이어지고, 일본처럼 노후 빈곤과 고독사(孤獨死) 증가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박영섭 서울시 정보화기획담당관은 "저소득·저학력층 미혼이 늘면서 이들은 노후 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성 미혼율이 높아진 것은 대학진학률이 높아지고, 사회생활로 혼인 연령이 늦어진 게 이유로 꼽힌다. 조건에 맞는 남자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결혼 연령대인 25~49세 전체 미혼 인구는 2010년 158만6569명으로 지난 20년간 2.3배 늘었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육아와 가사에만 전념하는 '주부 남성'은 2011년에 3만5000명으로 최근 6년 새 2.2배 늘었다. 이복실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여성 경제 활동이 늘어나면서 집안에서 아내를 내조하는 남편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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