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는 손잡이 부분이 커서 필통에 안 들어가요. 가방 속에 넣고 다니다 여러 번 손을 베일 뻔했어요. 그런 불편이 없는 가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조선일보와 특허청이 주최하고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한 2012년 대한민국 학생발명전시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에 부산 상당초등학교 5학년 김유진(11)양의 '보관과 휴대가 간편한 학습용 가위'가 선정됐다. 25회를 맞은 이 대회에서 초등학생이 대통령상을 탄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유진양은 좌우로 벌어진 손잡이 때문에 가방 속에 넣고 다니던 가위를 필통에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손잡이 바깥쪽 끝에 홈을 만들어 몸체에 붙은 나사형 고리에 걸었다 뗄 수 있는 착탈식으로 만들었다. 단단하면서 탄성 있는 재질의 손잡이를 고리에서 떼내면 일자형으로 펴진다. 이 부분을 커터 칼처럼 안쪽으로 밀어넣으면 필통에 들어가는 형태로 변한다. 심사위원들은 유진양의 작품에 대해 "딱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학생다운 발명품"이라며 "일상에서 느낀 작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작지만 많은 생각의 과정을 거쳤다"고 칭찬했다.
유진양이 발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두 살 위 오빠(13)의 영향이 컸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발명을 시작한 오빠는 휴대전화 터치패드에 손가락을 올리면 음성으로 숫자를 알려주는 시각장애인용 휴대전화로 발명상을 받기도 했다. 그 오빠를 따라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이디어 노트'를 갖고 다니며 생활 속 불편을 수시로 메모했다. 노트를 가득 메운 아이디어들 덕에 유진양은 크고 작은 발명대회에서 벌써 4~5차례 입상했다.
국무총리상은 경기 운암고 3학년 김채란양의 '원터치 아파트 현관문 고정장치'가 차지했다. 발을 이용하거나 허리를 숙여 문 아래쪽의 말발굽 모양 도어 스토퍼를 내려야 하는 현재의 방식 대신 현관문 손잡이 옆 버튼만 누르면 문 위쪽에 설치된 장치에 의해 문을 고정할 수 있는 발명품이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사무총장상에는 인천과학고 1학년 문경진양의 '걸레를 교체하기 쉬운 분리형 대걸레'가, 조선일보 사장상에는 대전 충남중 2학년 김준석군의 자동 절수 소변기가 선정됐다. 사람의 움직임 대신 소변을 감지해 작동하기 때문에 물을 많이 아낄 수 있다. 이 밖에 포항영신고 류경찬군 등 16명이 금상을, 명덕여고 정미준양 등 40명이 은상을 받았다. 총 160개의 수상작은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