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협동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기본 단위인 분조(分組) 규모를 현재의 10~25명에서 4~6명으로 줄이고 이들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농작물 비율을 늘리는 내용의 '신(新)경제관리개선조치'를 발표했다고 한다. 가족 단위로 농사를 짓게 해 생산량을 높이려는 구상이다. 양강도 김정숙군(郡) 등 3개 군에선 알곡 생산량의 30%를 개인에게 분배하겠다는 방침이 발표됐다는 미확인 보도도 나왔다.

북한이 국제 사회를 향해 식량을 구걸하지 않고 제 손으로 농사지어 백성을 먹여 살리려면 농업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수밖에 없다. 중국은 1978년 북한의 협동농장과 비슷한 인민공사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가구별로 생산량에 따라 이익을 가져가도록 하는 생산책임제를 도입한 이후 7년 만에 농가소득이 2.5배 증가했다. 북한도 하루빨리 이 길로 가야 한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연설에서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곧이어 노동신문은 "인민 생활 개선에 결정적 전환을 가져올 것이며 식량 문제를 빨리 해결하겠다"는 김정은의 발언을 보도했다. 북한의 '신경제관리개선조치'는 김정은의 이런 뜻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5년 전인 1997년에도 협동조합의 작업반 규모를 7~8명으로 축소하고 국가에 상납하는 할당량을 크게 내리는 '개선 조치'를 발표했었다. 이번과 거의 같은 내용이었다. 5년 뒤인 2002년엔 개인이 임의로 개간·경작할 수 있는 경작지를 확대하겠다는 조치도 내놓았다. 북한은 그러나 이런 조치들을 시험해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을 이유로 거둬들이고 그런 개선 정책을 추진했던 간부들을 숙청했다. 협동조합을 주민 감시망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북한 정권으로선 개혁·개방으로 주민들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지면 체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주민들 불만을 덜어보려는 일시적인 조치인지, 장기적인 개혁의 출발 신호인지는 앞으로 북한의 대외 정책을 통해서도 확인될 것이다. 북한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제재가 계속되는 대외(對外) 환경을 바꾸지 않고선 경제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새 지도부는 땜질식 개혁 흉내론 결코 백성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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