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LIFE 전문가 칼럼] 키, 단숨에 키우는 '마법'은 없다

조선일보
  • 채현욱 강남세브란스병원소아청소년과 교수
입력 2012.07.25 03:36

채현욱 강남세브란스병원소아청소년과 교수
채현욱 강남세브란스병원소아청소년과 교수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1832~1898)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원제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의 주인공 '앨리스'는 키가 자유자재로 줄었다 늘었다 한다. 키를 줄여주는 '물약'과 키를 키워주는 '케이크'의 존재 덕분이다. 언젠가 그 장면을 읽으며 '키가 작아 고민인 친구들에게 저런 케이크 하나 구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렇게 되면 키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와 부모의 애타는 마음을 단번에 잠재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선 '앨리스 케이크'가 존재하지 않는다. 요즘 키 작은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성장 호르몬 치료 역시 '1회 주사'로 극적 효과를 바라긴 어렵다.

성장 호르몬 치료는 성장 호르몬 결핍증을 비롯해 △터너증후군 △신부전증 △누난증후군 등 성장장애를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굳이 병적 증상이 있지 않더라도 키가 해당 연령의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 혹은 작은 키 때문에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 역시 치료 고려 대상에 포함된다. 물론 치료 효과엔 개인 차가 있다. 다만 성장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라면 적어도 부모의 평균 키 정도까진 자랄 수 있다. 성장 장애 없이 그저 작은 키가 문제인 아이의 경우에도 꾸준한 치료를 통해 최소 5㎝ 이상은 자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학부모 중 혹시 자녀의 키 성장이 비정상적이라고 느껴지는 이가 있다면 되도록 빨리 성장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 이때 치료 효과는 환자가 어릴수록, 성장 속도가 느릴수록, 뼈 나이가 지연돼 있을수록 좋다. 반면, 사춘기를 넘긴 후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받을 수 있는) 시기가 한정돼 있어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선 치료 반응이 지연될 수도 있다.

성장 호르몬 치료는 매일 병원을 찾을 필요 없다는 점에서 다른 치료에 비해 한결 번거로움이 덜하다. 주사법을 교육 받은 후 집에서 주 6회에서 7회 잠들기 전 직접 투여하면 된다. 주사 시기가 잠들기 직전인 건 잠들고 나서 한두 시간 후에 성장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다. 최근엔 주사라면 질색하는 어린이 환자를 배려해 주사바늘을 얇게 제작하거나 바늘이 아예 보이지 않는 기구도 등장, 거부감을 줄여주고 있다.

바야흐로 여름방학 시즌이다. 자녀와 방학 계획을 점검할 계획이라면 '키 성장' 부분도 빼놓지 말고 챙기자. 하루라도 빨리 진단 받는 게 자녀의 성장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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