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는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1997년 대선에 임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심정"이라고 했다. 손 후보는 "다음 대통령 임기 5년은 유럽발 경제위기, 남북 관계를 비롯한 주변 정세의 불안정,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으로 인해 IMF 위기를 맞은 1997년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할 것"이라며 "어느 때보다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 후보에 대해 '대통령 시켜주면 잘할 것 같은데 민주당의 최종 후보가 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전혀 과학적이지 못한 얘기다. 지금은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찾지만 결국 선거 때는 대통령 제일 잘할 사람을 뽑게 될 것이다. 내가 그동안 이뤄온 실적과 삶의 궤적을 봐달라."

―대통령은 언제부터 염두에 뒀나.

"국회의원 선수(選數) 쌓자고 정치 시작한 것 아니다. 본격적으로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예비수업 한다고 생각한 것은 경기지사 때부터였다. 나는 그때부터 중앙 정부 영역인 교육, 환경 이런 쪽에 관심이 있었고 예산도 상당히 투입했다."

민주통합당 손학규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자신의 슬로건인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 후보는 “‘저녁이 있는 삶’은 크게 이야기하면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창출, 인간적인 삶”이라고 했다.

―국민들은 손 후보의 그런 면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각 후보마다 과거 명함이 있는데 그때 그 자리에서 잘했는지 못했는지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 민주화·빈민 운동해서 어려운 사람 사정을 잘 안다. 보건복지부 장관 때는 한약분쟁 해결했고, 경기도지사 때는 일자리 74만개 만들고 외자 141억달러를 유치했다."

―민주당에 온 지 꽤 됐다. 당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나.

"한나라당 나와서 시베리아 벌판에 섰고, 내 뜻을 세우기 위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 경선에서 졌지만, 본선에서는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열심히 했다. 530만표 차 패배로 당이 궤멸 상태였을 때 당 대표를 맡아달라는 독배를 기꺼이 들었다. 이후 2008년 총선, 2010년 전당대회, 분당 선거 등 당이 필요하다고 할 때마다 나왔다. 그리고 작년 당이 무너질 위기에서 야권 통합을 주도했다."

―야권 통합이 손 후보에게 불리할 거란 생각은 안 해봤나.

"통합은 개인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야당 생존의 문제, 차기 대선을 치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 통합 안 했으면 민주당은 풍비박산됐을 거다."

―왜 손학규인가.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손학규뿐이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제 민주화, 보편적 복지 등 진보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유능한 진보'가 필요하고 경제적으로는 중산층, 정치적으로는 중간층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야권 후보 중 이들의 표심을 얻을 후보는 나밖에 없다."

문재인·김두관 후보 등은 안 되나.

"갈등이 극대화되지 않겠느냐. 또 그렇게 가야 하나."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나.

"박 후보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소양이 없다. 그는 수평적 인간관계를 가져본 일이 없다. '유신'이라는 섬에 갇혀서 인간관계는 오직 수직적인 것밖에 없었다. 정치는 복잡한 사회 갈등을 푸는 것인데 이제는 박정희식으로 군대나 정보부 동원해서 풀 수 없다. 경제 민주화도 민주주의에 뿌리박지 않으면 안 된다."

안철수 원장 책 읽어 봤나.

"책은 아직 못 봤다. 언론 보도는 봤다. 서문을 보고 출마 선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정치인의 자세는 분명한 자기 선언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안 원장은 배트맨 같다. 정의의 사도이지만 극심한 갈등을 풀어내야 하는 대통령 자리에 맞을지는 의문이다."

―민주당 후보가 되면 안 원장과 단일화를 추진할 것인가.

"얼마 전 어느 후보(문재인)가 안 원장과 공동정부를 얘기해서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체가 있어야 공동정부를 할 것 아닌가. 국민이 127석 줬을 때는 이걸 갖고 정권 만들어보라는 뜻이다. '우리가 다시 잘하겠다'고 해야지 해보지도 않고 손만 잡자, 그래선 안 된다. 그런 지도자에게 누가 정권을 맡기겠나. 국민은 자신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