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실 밖으로 나온 '원반(원반 던지는 사람)'… 런던은 벌써 '문화 올림픽'

입력 2012.07.23 03:10

[英 미술·박물관 현장을 가다]
관광객 50만명 눈 사로잡기… 셰익스피어·허스트 총출동
스포츠+문화가 올림픽 정신, 굵직한 전시만 90여건 달해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이 뛸 때, 경기장 밖에선 미술관·박물관도 뛴다. 19일(현지 시각) 런던 대영박물관 입구 중앙홀 한가운데에 '원반 던지는 사람'이 설치돼 있었다. 1948년 런던 올림픽 포스터의 메인 이미지로 사용된 이 작품의 원래 위치는 그리스·로마 조각실. 대영박물관은 이번 런던 올림픽(27일~8월 13일)과 장애인 올림픽(8월 29일~9월 9일) 기간 고대 올림픽 관련 유물 12점을 전시실에서 꺼내 박물관 곳곳에 전진 배치하는 특별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올림픽 기간 예상 해외 관광객은 약 50만명. 이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런던의 미술관·박물관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런던 올림픽기간 영국 곳곳에서 열리는 '문화 올림픽(cultural olympiad)' 행사 중 미술 전시만 90여건이다.

셰익스피어에서 허스트까지 총출동

'전통의 상징' 대영박물관과 '현대미술발전소'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윌리엄 셰익스피어(Shakespeare·1564~1616)와 데미안 허스트(Hirst·47)를 각각 '올림픽 대표선수'로 내세웠다.

19일 개막한 대영박물관 특별전 '셰익스피어: 세계를 무대에 올리다'는 전시실을 셰익스피어 연극이 상연되는 원형극장처럼 꾸몄다. 진열장 안에 16세기 괘종시계가 놓이고 그 옆에 로미오의 연락을 애타게 기다리는 줄리엣의 대사 "내가 유모를 보냈을 때, 시계가 아홉시를 쳤었는데!"가 적혔다. 4년간 준비한 이 전시엔 1623년 출간된 셰익스피어 희곡집 '제1 이절판(First Folio)' 등 셰익스피어 관련 유물 190여점이 나왔다. 이 전시를 보기 위해 런던에서 138㎞ 떨어진 코번트리에서 왔다는 타즈 산게라(32·영어 교사)씨는 "환상적인 전시다. 1시간 걸려 기차 타고 온 보람이 있다"고 했다. 전시는 11월 25일까지.

대영박물관의 셰익스피어 전시가 격조와 품위를 자랑한다면, 테이트모던의 데미안 허스트 회고전(9월 9일까지)은 충격과 거북함의 도가니.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상어 사체를 넣은 허스트의 대표작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서 불가능한 육체적 죽음'(1991), 진열장 한쪽에선 잘린 소머리에서 구더기가 파리로 커가고, 반대쪽엔 전기 살충기를 놓아 그 파리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천 년'(1990) 등 1980년대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70여점이 나왔다.

디자인·건축도 한몫

영국은 알렉산더 맥퀸(McQueen·1969~2010), 비비안 웨스트우드(71) 등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들의 고향. 공예·디자인 전문 미술관인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은 1948년 이후부터 현대까지 영국 디자인의 흐름을 짚은 '영국 디자인 1948-2012: 근대의 혁신'(8월 12일까지)을 열고 있다. 알렉산더 맥퀸의 새빨간 이브닝드레스,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52)의 퇴폐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의상 등이 특히 볼거리.

건축도 이번 런던 올림픽에 한몫한다. 올림픽 공원에는 '건축과 조각의 경계를 허문 작가'인 아니시 카푸어(Kapoor·58)의 115m 높이 기념탑 '아르셀로미탈 궤도(ArcelorMittal Orbit)'가 설치됐다. 지난달 1일 하이드 파크 안 서펜타인 갤러리 뜰에는 고고학 발굴현장을 연상시키는 파빌리온이 문을 열었다. 땅을 152㎝ 깊이로 파고, 코르크와 스틸로 배수로 형태 구조물을 만들고, 기둥을 세운 후 둥근 지붕을 덮은 이 건축물은 스위스 건축가 그룹 헤르조그&드 뮈론(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 건축가)이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52)와 협력해 설계한 것. 10월 14일까지 관람객 휴식공간으로 한시적으로 설치된다.

에크하르트 티만 런던 문화 올림픽 프로듀서는 "쿠베르탱(근대 올림픽 창시자)은 올림픽을 스포츠와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세계가 하나되는 행사로 여겼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선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아티스트에게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예술을 창출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