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비상이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7.6%로 하락하며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5년 이후 중국의 분기 경제성장률이 8% 밑으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를 빼면 이번이 처음이다. 브라질은 1분기 성장률이 0.8%로 추락했고, 인도 역시 5.3%에 머물면서 9년 만에 처음으로 6% 아래로 떨어졌다.
유럽과 미국은 재정 위기와 경기 침체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를 떠받칠 것이라던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경제가 '대침체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 경제도 숨이 가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5%에서 3%로 크게 낮췄다. 세계 경제 전망이 예상보다 더 어두워지고, 수출 부진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유럽에 대한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중국에 대한 수출은 1.5% 줄었다. 한미 FTA 덕분에 대미(對美) 수출은 10% 늘었지만 올 상반기 전체 수출은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우리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90%를 넘는다. 수출이 안 되면 성장도 스톱이다.
유럽 재정위기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 재정위기 → 세계 경기후퇴 장기화 → 한국경제의 성장과 수출 동력(動力) 약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쉽게 끊기 힘들다는 말이다. 여기에다 가계부채가 언제 시한폭탄 터지듯 우리 경제를 덮칠지 모른다. 넘쳐나는 자영업자들의 줄폐업(廢業) 사태가 눈에 보이고, 건설·조선·해운 업계에도 부실을 경고하는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야 구분 없이 태평성대를 약속하는 복지 공약 생산에 여념이 없다. 정부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과 우리은행 민영화 등 당장 급하지도 않은 사안을 만지작거리며 정작 발등의 불이 돼가는 경제위기 대응에는 미적대고 있다. 정부 행동에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으니 자동차업계 노조와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처럼 철없이 굴고 있다. 모두가 눈앞의 이익만 좇고 있다. 이러다간 정말 큰 사태를 맞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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