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의원)가 지난 9일 2012년 7월 정례회의를 열고 최근의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회의에는 조 위원장을 비롯, 안창원(서울YMCA 회장), 윤장혁(화일전자 대표이사), 윤석민(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석우(카카오 공동대표), 김태수(동양 변호사), 김소미(용화여고 교사), 박지연(태평양 변호사) 위원 등이 참석했다.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기사는 '대구 고교생 자살 7시간 前 눈물의 엘리베이터…'(6월 11일자 A1면) 제목의 사진이었다. 한 장의 사진으로 학교 폭력의 실태와 문제점을 다룬 그 어떤 기사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좋은 기사였다.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백 마디 말이 필요 없는 사진이었다.
―그 사진은 '올해의 기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기사는 이미 이틀 전에 다뤄졌었다. 지나간 기사라도 거기서 끝내지 않고 다시 사진을 찾아 보도한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로 평가하고 싶다.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들었다. '기자수첩―쪼그려 앉아 눈물 닦는 김군의 사진, 대한민국 학부모가 모두 울었다'(6월 12일자 A8면) 기사를 보고, 편집국에서도 이 사진을 게재하는 데 상당히 고심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근 연이어 보도되고 있는 일련의 기획기사들은 다른 신문들이 쩔쩔맬 만큼 끌어가는 힘이 대단하다. 특히 '주폭' 기사는 새롭고 다양한 소재들을 계속 발굴해내는 기자들의 공력이 느껴진다. 다만 요즘에는 "다양한 현상들을 쭉 나열하고 있는데 언제쯤 폭음의 근본적인 원인이나 대책을 다룰 거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폭 기사 중에는 '과도한 일반화'가 보이는 기사도 있다. 예를 들어 '술자리의 또 다른 이름, 워크숍'(6월 18일 A10면) 기사가 있는데, 워크숍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아침 9시부터 저녁 7~8시까지 강행군 후 지쳐 쓰러져 자는 워크숍도 상당히 많다. "애플은 밤새워 미친 듯이 일하는데 한국 기업은 밤새 미친 듯이 퍼마셔" 기사도 언짢다. 과도한 일반화나 과장은 오히려 기획기사의 힘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절제하면서 정확하게 현상을 드러내는 기사가 더 힘이 있다.
―주폭 관련 다소 무리하게 연결시킨 내용도 있었다. '한국 소주, 낯뜨거운 세계 1위'(6월 9일자 A1면) 내용을 보면 전 세계 브랜드별 증류주 판매 순위에서 한국 소주 두 제품이 1등, 3등으로 나와 있다. 우리 술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잘 팔리면 박수를 쳐줘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들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는 것을 지적하려면 국민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이 '많다' '적다'로 비교해야 하는데 특정 제품의 판매량만 가지고 비교한 것은 전체의 취지에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만취 상태에서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만취 폭력'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일반 폭력범보다 가중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하고, 서울시도 내년부터는 공원에서 음주행위를 전면금지한다고 했는데 이게 다 주폭 캠페인의 효과인 것 같다.
―주폭, 학교폭력, 혼수문제 등의 기사들은 한결같이 좋은 내용들이다. 다만 기획기사들에 밀려 경제 쪽 기사가 상대적으로 크게 다뤄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의 경제위기는 현재 덮어진 것이지 해결된 게 아니다. 언론이 계속 경고음을 내야 할 문제인데도 너무 조용한 편 아닌가?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기사는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슷한 기사들을 거의 매일 1면에 크게 싣는 것은 한 번쯤 짚어봐야 한다. 독자가 아침에 1면에서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이런 기획보다 전날 있었던 팩트 보도가 아닐까.
―요즘은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가는 추세다. 눈에 띄는 사진이나 그래픽이 보이면 그 기사를 먼저 읽는 경향이 있는데 6월 5일자에는 눈에 띄는 기사가 2개나 실렸다. '전설도 감탄한 15m 플롭샷'(A24면)에서는 공이 날아가는 궤적을 한눈에 알 수 있게 그래픽으로 잘 처리했다. '병원비 걱정 말라더니… 3년 후 실손보험료 폭탄'(B1면) 기사의 그래픽도 실손보험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시각적으로 잘 설명해줬다.
―'10대그룹 오너 평균 지분 첫 1% 아래로… 20년새 4분의 1로 줄어'(7월 2일자 A2면) 기사는 사진과 도표만으로도 오너들의 지분 변화 추이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줬다. 작은 제목들도 잘 달았고 입장에 따라 다른 각각의 주장과 의견도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실었다. 다만 이게 굉장히 큰 이슈인데 단발성으로 끝난 점은 아쉬웠다. 순환출자문제, 재벌지배구조 등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도 관련이 큰 이슈이므로 심층적으로 보도하면 좋을 것 같다.
―"4년 끌어온 제주해군기지… '떼법'은 안 통했다"(7월 6일자 A4면)는 국방부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적법한 행정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므로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을 소개한 기사다. 이 사건은 1·2심 법원이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인정했다가 대법원에서 뒤집힌 것이다. 주민들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거나 행정 절차가 적법했다고 보도하면 될 것을 "'떼법'이 안 통했다'"고 한 것은 중립적인 제목은 아닌 것 같다.
―2012년 수능 성적 분석 자료가 이틀에 걸쳐 실렸다. '화순 능주高, 작년 수험생 14%가 서울대·연대·고대 입학'(6월 14일 A14면) 기사는 수능 성적 향상을 주도한 능주고에 대한 설명을 뒷받침해 주는 그래픽 요소가 없어 아쉬웠다. 또 '일반고끼리도 학력 격차 심화'(6월 15일자 A14면) 기사에서는 평가원에서 제공한 자료만 전달했을 뿐 왜 학력 격차가 일어났는지 배경이나 이유 등을 분석하는 기사가 없어 답답했다.
―6월 27일자 '국회의 치욕… 변협, 의원 전원 상대로 세비반환訴'(A1면)와 '변협, 국회상대 소송. 지역구별 5~10명씩 국민 소송인단 모집'(A5면) 기사는 개원 지연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에서 의도는 좋으나, 변협의 캠페인성 자기 홍보에 언론이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