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Cover Story] 12가지 핵심과제 (8) 시민사회… 비영리단체 성공 노하우

입력 2012.07.10 03:21

미국 사회 이끈 비영리단체 12곳… '협력'이 성공 비결
지도자·현장전문가 대상, 4년에 걸쳐 심층분석…
맥도날드와 손잡고 일회용 포장 배출 감소…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 지식·리더십 공유하기도
정부·기업·대중 모두를 선한 일에 동참시켜서 사회 전반에 변화 물결

기아 구호 단체인‘셰어 아워 스트렝스(Share Our Strength₩이하 셰어 아워)’에 동참한 유명 요리사들은 자 선음식 바자회를 열어 1만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셰어 아워에 전달했다. / 셰어 아워 스트렝스(Share Our Strenght) 제공

미국에는 현재 180만개 이상의 비영리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해마다 3만개의 비영리단체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이들의 예산 규모는 1000조원이 넘는다(한국 비영리단체 예산 총액은 1조41억원, 2010년 한국개발복지 NPO총람). 최근 15년 동안 비영리단체의 성장 속도는 미국 전체 경제 발전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들이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아쇼카 책임경영자이자 시드재단 이사인 레슬리 크러치필드(Leslie R. Crutchfield)는 듀크 대학의 사회적기업진흥센터와 함께 2008년부터 4년에 걸쳐 비영리단체 지도자 2790명과 현장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인터뷰를 통해 미국 내 성공한 비영리단체 12곳의 6가지 공통된 습관을 밝혀냈다. 이 내용을 담은 책 '선을 위한 힘'(소동)을 발간한 레슬리 크러치필드는 '더나은미래'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들이 성공한 비결은 큰 규모의 예산도, 현란한 마케팅 능력도, 완벽한 경영 노하우 때문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성공한 비영리단체 12곳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비영리단체마다 각각의 비전과 사업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에 비영리단체의 성과나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긴 어렵다. 예산 규모나 재무 정보로는 비영리단체가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는지를 검증할 수 있을 뿐 그 단체의 영향력이나 성과 자체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차적으로 단체를 통해 혜택을 받은 사람 수, 미국 또는 전 세계의 시스템을 변화시킨 성과, 정부 정책에 미친 영향력 등 구체적인 결과물을 산출한 뒤, 다른 비영리단체들이 롤 모델로 채택한 곳을 선정했다. 전국의 2790명의 비영리단체 지도자들에게 자기 분야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가장 큰 비영리단체를 뽑아달라'고 요청했고, 이 결과물을 검증하기 위해 현장전문가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선정결과 채택된 비영리단체 12곳은 피딩아메리카(Feeding America), 예산과정책우선순위센터(Center on Budget and Policy Priorities), 시티이어(City Year), 환경방위(Environmental Defense), 익스플로라토리움(Exploratorium),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 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 전미라라자위원회(National Council of La Raza), 셀프헬프(Self-Help), 셰어 아워 스트렝스(Share Our Strength), 터치 포 아메리카(Touch For America), 유스빌드 유에스에이(YouthBuild USA) 등이다)

열성 지지자와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양성한 해비타트는 지금까지 100여개 나라에 20만 채가 넘는 집을 지었다. / 해비타트 제공
―성공한 비영리단체가 가진 6가지 공통된 노하우는 무엇인가.

"성공한 비영리단체 12곳을 연구하면서 우리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 영리기업이 중시하는 자금 조달, 잘 조직된 이사회, 탁월한 경영 전략이 없이도 비영리단체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책활동과 현장활동을 함께 하고 ▲기업과 협력해 시장을 변화시키고 ▲열성 지지자를 양성했으며 ▲다른 비영리단체와 연대하면서 ▲탁월한 시대 적응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2인자를 양성해 리더십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내부 조직을 다듬는 데 시간을 쏟거나 홀로 성취하려 하지 않았다. 정부·기업·비영리단체·일반 대중을 선한 일에 끌어들여, 이들과 함께 활동하며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정책활동과 현장활동을 함께하라"는 중요성은 한국의 비영리단체들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소규모 비영리단체도 많고, 현장활동을 하느라 너무 바쁘다 보니 애드보커시(Advocacy·권리옹호)와 같은 인식개선이나 정책활동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미국 비영리단체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성공한 비영리단체들은 현장 활동과 정책 활동을 함께한다. 현장에서 파악된 지역의 니즈(needs·필요)를 정책에 반영시키면서 사회 체계 전반을 바꿔나갔다. 저소득 가구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셀프헬프(Self-Help)'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1998년 셀프헬프는 해마다 주민 1만명이 대부업체의 약탈로 집을 빼앗긴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가난한 채무자 수천 명을 교육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대부업체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대출 관련 정책부터 바꿔야 했다. 그 후 셀프헬프는 정책 홍보 활동을 시작했고, 1년 만에 '약탈적 대출 금지법'을 제정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법은 미국 22개주로 확산됐다. 저소득 가정에 더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자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 사업도 시작했다. 셀프헬프를 통해 무려 5만 가구가 대부업체의 횡포로부터 벗어났다."

―최근 한국도 비영리단체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고,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업은 비영리단체에 대한 파트너십이 부족하고, 비영리단체들도 기업과 협력하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기업과 비영리단체의 파트너십은 어떠한가.

"성공한 비영리단체들에 기업은 '싸워야 할 적'이 아니라 '동반자'다. 이들은 기업을 바꾸지 않고서는 세상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환경방위'는 기업과 협력해 시장을 변화시켰다. 1980년 쓰레기 처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던 미국 뉴욕시에서, 일회용 포장지를 수없이 배출하는 패스트푸드점은 환경단체의 적이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환경방위(Environment Defense)'는 "함께 쓰레기를 줄여보자"며 맥도날드에 협력을 제안했다. 수많은 환경단체가 환경방위를 비난했고, '환경단체 자격이 없다'며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1년 후, 환경방위는 맥도날드가 합성수지로 만든 '햄버거 용기'를 폐기하고 친환경 포장지와 냅킨을 사용하도록 회사 방침을 바꿨다. 환경방위의 도움으로 맥도날드는 10년 동안 쓰레기 포장지 15만 톤을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환경방위는 협력관계를 맺은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 않고, 친환경 비즈니스 전략을 연구·제안했다. 기업에 기부를 요청하기보다 역으로 기업에 비즈니스 전략을 제안하고 발전시켰던 것이다."

―미국의 성공한 비영리단체들은 다른 단체와 연대한다고 했다. 서로의 노하우를 뺏기거나 모금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데, 실제로 연대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

‘ 선 을 위 한 힘 (FORCES for GOOD)’저자 헤더 머클로우드 그랜트(Heaher McRoed Grant, 왼쪽)와 레슬리 크러치필드(Leslie R. Crutchfield, 오른쪽).
"이들은 오히려 동일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모두를 위해 기금 규모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지도자를 양성하는 비영리단체 '유스빌드 유에스에이(YouthBuild USA)'는 자신들의 자본·지식·리더십·노하우 등을 다른 비영리단체와 공유한다. 연방정부가 청소년 봉사문화 확산을 위해 이들에게 전달한 4000만달러도 지역 풀뿌리단체에 나눴다. 커다란 선을 위해 단체의 이익을 포기한 덕분에 유스빌드 유에스에이는 해마다 총 1억8000만달러의 기금을 모으는 전국 226개 단체의 연합체로 발전했다. 지난 10년 동안 청소년 6만명이 활동에 참여했고, 약 6억5000만달러의 연방기금이 유스빌드 유에스에이가 후원하는 비영리단체를 통해 저소득층 지원에 쓰였다."

―"열성 지지자를 양성한다"는 것은 유명 인사와 함께 협력해 비영리단체를 홍보하는 것을 말하는가.

"조금 다르다. 성공한 비영리단체들이 유능한 인재와 열성 지지자를 발굴하는 이유는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을 바꾸면 공동체가 바뀌고, 나아가 사회 전반에 변화의 물결을 가져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비영리단체를 홍보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1970년대 조지아주 농촌지역에 설립된 해비타트가 오늘날 10억달러의 예산과 수천 개의 지부를 가질 정도로 성장한 것은 단체의 비전에 공감하는 열정적인 후원자들을 양성했기 때문이다. 해비타트의 홍보대사였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이사회에서 일하던 3년 동안 단 한 번도 회의에 불참하거나 일찍 자리를 뜨지 않았고, 회의를 전화로 한 적도 없다고 한다. 그의 진정성과 열정은 수많은 개인 지지자를 양성했고, 수십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빈곤층의 주택문제 해결에 앞장서게 됐다."

―한 명의 강력한 지도자보다 여러 명이 리더십을 공유하는 것이 비영리단체에 효과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비영리단체들은 한 명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단체를 운영하기보다는 효과적인 조직 관리를 위해 2인자를 임명한다. '시티이어'는 친구 사이인 앨런 카제이와 마이클 브라운이 공동으로 설립했고, '셰어 아워 스트렝스'는 빌리와 데비 쇼어 남매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헤리티지재단 역시 이사장인 폴너가 2인자와 리더십을 공유했다. 단체를 이끌던 설립자가 2인자에게 더 많은 권력과 책임을 주기 위해 잠시 단체를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이런 파격은 2인자와 다른 임원들이 리더십을 공유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티이어'의 공동 설립자 앨런 카제이는 대표를 맡은 지 10년 뒤, 1년 동안 안식년 휴가를 떠났다. 그 사이에 또 다른 공동 설립자인 마이클 브라운과 다른 임원들이 더 많은 책임을 떠맡게 됐고, 그 후 2006년 앨런이 시티이어를 그만두었을 때도 이미 강력한 집행부 조직이 만들어진 시티이어는 흔들림 없이 성장을 계속했다."

―한국의 비영리단체들이 이런 성공 노하우를 참고해 사회 변화를 주도하려면, 어떤 점을 꼭 기억해야 할까.

"우리 사회의 가장 절박한 문제들을 푸는 해법은 어느 한 기관에 있지 않고 집단의 노력 속에 있다. 위대한 비영리단체는 사회 변화를 위해 지렛대 원리를 이용한다. 지렛대와 받침대만 있으면 자기 몸무게의 세 배를 들 수 있는 것처럼, 규모가 작은 비영리단체도 '협력'이라는 도구만 있으면 정부, 기업, 다른 비영리단체, 일반 대중을 움직이고 사회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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