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문화 사회, 필연이 아니라 선택이다

  •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입력 : 2012.07.08 23:04

    결혼이주자 인권보호 넘어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본질
    과거의 폐쇄성 반성 좋지만 '개방 콤플렉스' 되면 곤란
    균형 잡힌 외국인 정책으로 사회 갈등 최소화해야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요사이 다문화담론이 유행이다. 그것은 '지구화 시대를 맞아 외국인의 유입은 불가피하니 열린 마음으로 이들을 맞아들이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얼핏 보면 지당하여 반론(反論)의 여지가 없는 말 같다. 지구화도 세계적 추세라 볼 수 있고, 외국인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자는 것도 거역할 수 없는 도덕률로 들린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우선 용어가 매우 모호하며 많은 논란거리를 낳는다. 다문화라는 용어는 과연 옳은가, 그보다는 다민족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다민족화는 과연 불가피하며 바람직할까, 다문화사회로 가는 과정의 사회 갈등은 과연 감수할 가치가 있을까 등등 생각해 볼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다문화담론은 너무 단순한 논리에 입각해 있다.

    한국의 다문화담론은 결혼 이주자에 대한 인권 보호 측면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이 낯선 한국에 와서 부딪히는 고통을 덜어주고 삶의 터전을 잡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바람직한 출발이었다. 그러나 이미 외국인 노동자가 그보다 더 많아졌고, 앞으로 한국의 외국인 문제는 주로 이들의 문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외국인 정책은 한국에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가 얼마나 될 것이고,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들여올 것이며, 어떻게 한국 사회의 단기적 구성원으로 위치 지울까에 맞추어져야 한다.

    다문화담론이나 정책은 이처럼 고용구조와 인력 수급, 외국인의 처우와 복지, 사회통합이라는 세 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두 번째 축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된 것은 상황이 다른 이민 국가들의 다문화담론을 무분별하게 들여왔기 때문이다. 캐나다·호주·미국은 이민국가들이고, 영국·독일·프랑스는 수십 년 전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와 이미 다민족 국가가 됐다. 이제 막 외국인 유입이 본격화되어 아직도 '1민족 국가'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 이들의 경험과 이론을 대입하여 마치 한국이 이미 다민족 국가인 양 이들 국가의 다문화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어긋난다.

    우리는 지금 과거의 폐쇄성에 대해 크게 반성하고 있다. 좋은 일이지만 지나친 점이 없지 않다. 그 결과 일종의 '개방 콤플렉스'가 생겼고, 다문화담론은 그 표출의 하나이다. 다문화담론의 대표적인 주창자는 두 그룹이다. 재벌 자본은 값싼 노동력을 대거 수입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지식인들은 서구의 다문화 다인종 사회를 이상으로 여긴다. 두 그룹은 좌와 우, 보수와 진보, 야당과 여당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다문화 정책에 대한 누리꾼들의 공격이 거세다. 이들의 불만은 정부의 외국인 우대와 내국인 역차별, 외국인 범죄에 쏠려 있다. 이들의 주장이 옳은 점도 많은데 아쉽게도 지나치게 공격적인 언사로 '인종혐오주의'의 딱지를 자초하기도 한다. 반대로 주류 공론장에서는 다문화 정책에 대한 비판을 찾기 어렵다. 이처럼 제대로 된 찬반 토론은 없고 일방적인 공격과 옹호가 소통 없이 난무하고 있다.

    한국이 다문화·다민족 사회로 가는 것은 필연이 아니라 정책적 선택에 달렸다. 따라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더구나 다문화 사회는 인종 갈등이라는 커다란 결함을 안고 있다. 그래서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다문화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한국도 이제 외국인 유입에 따른 갈등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혐오주의도 발생하고 외국인 범죄도 많아지고 있다. 다문화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관용 정신이나 시민적 덕목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균형 잡힌 외국인 정책으로 사회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정부와 민간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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