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미사일 사거리 늘리기… 'MB 외교안보 설계자'의 낙마

조선일보
  • 권대열 기자
    입력 2012.07.06 03:11 | 수정 2012.07.06 04:32

    사의 표명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2006년 대선캠프 때 - "무너진 한미동맹 복원 '무조건 北지원' 파기, FTA로 경제영토 확장"
    당차게 MB에 주장해 관철
    "젊은 사람에 권력 집중" - 대북정책 원칙 고수 임태희 대통령실장 부임땐 "나를 자를 수 없을 것"
    주변에선 "건방지다" 평도

    5일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졸속처리에 대한 총괄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수석비서관급)은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정책의 조율사였다. 민주당은 "45세의 젊은 청와대 비서관 한 사람이 책임질 일이냐.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 정권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가(官街)와 외교가에선 "실세(實勢)가 책임졌다"는 평가가 많다.

    MB의 외교·안보 정책 기안자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 정책 곳곳에 깊이 관여해왔다. 그는 이 대통령이 2006년 대선캠프 출범 직후 매주 가졌던 스터디 모임을 통해 이 대통령과 가까워졌다. 당시 39세 소장학자였던 그는 이 후보에게 "대한민국 외교·안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너진 한미동맹의 복원, 둘째가 북한에 무조건 지원하는 방식의 파기, 셋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경제 영토 확대"라고 '당돌하게' 자신의 주장을 펴면서 눈에 들었다고 당시 캠프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대통령의 지난 4년간 기조와 정확히 들어맞는다.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이 대통령 취임 직후 청와대에 비서관(1급)으로 들어와 부시 행정부와 FTA 체결 협의를 비밀리에 진행했다. 그해 9월에는 몰래 미국을 방문, 민주당 오바마 진영과 새로운 대북 정책을 조율했다. 그때 미국 측과 함께 만든 대북 기조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더이상 보상해주지 않는다"였다. 김 전 기획관은 이때 북한 붕괴에 대비한 급변사태 계획도 미국 측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북한의 인권증진과 통일 전망까지 담은 '한미동맹 미래비전'의 설계자도 김 전 기획관이었다.

    김 전 기획관은 2009년 8월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 등 북한의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이 서울에 왔을 때 청와대를 예방했는데 "검색대에서 소지품 검색하고 일반 방문객과 똑같은 절차를 거쳐서 들어오게 하라"고 대통령에게 건의해서 이를 관철시킨 적도 있다.

    "남북관계 망쳤다" 대 "대북 원칙론자"

    이런 그를 두고 "한미관계를 복원하고 대북 정책에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좌파는 물론 우파 진영 일부에서도 "남북관계를 망치고 미국 일변도 외교를 만든 장본인이 김태효"라며 경질론이 여러 차례 나왔다. 2010년 7월 남북정상회담 추진론자였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부임한 직후에도 경질론이 있었는데, 김 전 기획관은 그때도 "임 실장님이 나를 자를 수 있는지 두고 보자"며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그는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이 대통령은 대북 기조에서 결국 김 전 기획관 손을 들어줬다. 대신 임 실장은 곧 이은 외교안보수석 교체 때 "병역미필자는 안 된다"는 명분으로 김 전 기획관의 승진을 막았다.

    그는 FTA, 외교, 대북정책은 물론 국방개혁까지 관여했다.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로 제한하고 있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주도해온 사람도 김 기획관이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양쪽에서 그를 실세로 꼽을 정도였다. 대외전략기획관실에서는 외교·국방·통일부는 물론 국가정보원 보고까지 모두 받아봤다. 이러다 보니 각 부처는 물론 청와대 내부에서도 "젊은 사람이 너무 건방지다"는 말도 나왔다. 이번 한일협정 건에 대해서도 김 전 기획관은 "국익에 비춰 꼭 필요한 일이다"며 협정 처리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기획관은 이날 사표 제출 후 주변에 "임기 끝까지 대통령을 모시지 못하고 누를 끼치고 물러나는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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